처음 케이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한림출판사에서 나온 아이사랑 012 시리즈중 <동그란 게 맛있어요!>를 읽고 난 후다. 달콤해 보이는 동그란 도넛의 표지를 넘기면 동그란 모양의 색깔, 케이크,비스킷 쿠키, 김밥등 동그란 모양의 음식과 색깔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림책이다.
오른쪽에 그려진 빨간 동그라미를 보고 '이건 뭘까요?"라며 호기심을 자극하고 한 장 넘기면 동그란 모양의 초코 케이크가 나오는데 '동그란 게 맛있어요'라는 이야기를 한다.
빨간색, 노란색,알록달록 색깔들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읽어주는 엄마는 꼴깔꼴깔 침넘기는 소리로 정신이 없다. 이 책을 읽은 후 곧바로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빵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원하는 모양의 케이크를 고르게 한 후 집으로 돌아왔더랬다. '생일에만 먹을 수 있는 케이크지만 우리 한번 먹어볼까'라며 아이에게 책속에서 정말 달콤한 이야기를 우리가 읽었노라고 알려주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책에서 케이크만 나오면 좋아하는 아이는 케이크과 관련된 책들을 부담없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버찌야, 생일 축하해><스팟이 케이크를 만들었어요><구리와 구라의 빵만들기>등등 생일이나 케이크와 관련된 책들을 모조리 찾아 읽었다. 스팟이 아빠 케이크를 만들기 위해 마트에 장을 보러가고 집으로 돌아와 식탁을 왕창 어질러 놓으며 케이크를 만드는 장면을 보면 아이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렇게 즐겁다면? 자~ 우리 만들어 보자~~!!
특히 <구리와 구라의 빵만들기> 책을 좋아했는데 이유는 구리와 구라가 빵을 만든 후 큰 달걀 껍질을 기차로 만들어 타고가는 엔딩이 있기 때문이다.
전기밥솥으로 40분 쪘더니 케이크가 완성 되었다. 생크림을 얹어야 진짜 케이크 기분이 났을테지만 그냥 간단하게 초만 꼽아서 놀이를 했다. 그런데 잠깐 방심한 사이 초를 두동강이 낸 아이. 정말 우사인볼트 보다 빠른 행동에 깜짝 놀랐다.
어쨌거나 아이의 3살에 맞게 노래도 불러주고 만들기 놀이를 종료했다. 이후 확장할 수 있는 주제는 많았다. 색깔과 모양찾기, 초 덕분에 수세기 놀이도 할 수 있지만 <구리와 구라 빵만들기> 덕분에 잔디밭에서 버섯 찾기 도토리 줍기, 솔방울, 나뭇잎, 꽃들 구경하기등 확장하며 놀이를 많이 했다.
아이랑 책을 읽다 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는 것을 자주 보게된다. 그럴 때 준비해 놓은 것이 아니라 속상할 수 있지만 아이 나름대로 그림책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 생각하며 아이의 관심사로 따라가 주는 것이 최고의 놀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요즘 아이는 '버섯'에 관심이 많아 잔디밭에서 버섯을 보물처럼 찾는 일을 즐기고 있다. 이제는 먹어도 되는 버섯과 먹으면 안되는 버섯에 관해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이럴때 자연관찰책이 도움이 된다. 60권에 2만원대. 중고책으로 들여놓은 자연관찰책도 요즘 톡톡한 자기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다. 한때 자연관찰 책을 굳이 사야 할까 생각했는데 사두는 편이 좋다는 것에 한
표 던진다.
우리 아이에게는 아직 글자를 읽어주기 버겁다. 워낙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고 좋아하는 것만 보는 아이라서 글자를 읽어주다 보면 그냥 가버리기 일쑤이니까. 그림만 토대로 말을 만들어주고 익숙하고 좋아하게 된 책은 글을 조금씩 읽어주면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런데도 자연관찰 책을 산 이유는 실사 그림이 정말 풍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버섯을 좋아하게 된 아이에게 버섯 자연관찰 책은 최고의 호기심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사진(그림)만 보고도 아이와 얼마든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책과 놀자의 핵심이 아닐까. 글밥이 많아서, 아이에게 어려울 것 같아서 미루는 것 보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적재적소에 아이와 함께 꺼내 볼 수 있어야 오래도록 함께 그림책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요즘 많이 느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