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9.

2021년 8월 26일.


요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자서전 < 약속의 땅>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떤 글에서 정치 드라마 한편 보는 것 같다고 했는데 딱 맞는 이야기 같다.  1장 까지 읽고 2장으로 막 넘어가는 참인데 붙은 포스트 잇이 제법된다. 





1장 에서는 유년기 시절을 거쳐 대학을 지나 정치에 입문하고 대통령 후보자로 선언하기 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 속에서 혼혈에 대한 정체성이나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또 그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치에 입문하고 자신의 혼혈인 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불신하는 상황을 겪으며 더더욱 사회에 어떤 힘이 되고자 노력한다.


그것이 스프링필드에서의 정치였다. 대다수의 눈길을 피해 일련의 거래가 이루어졌고, 의원들은 여러 이익집단의 압력을 시장통 장사꾼처럼 열심히 저울질했으며, 그러는 동안에도 자기 텃밭을 뜨겁게 달굴 수 있는 몇몇 첨예한 이념적 쟁점- 총기, 낙태, 세금-에는 눈을 부릅떳다. 좋은 정책과 나쁜 정책의 차이를 사람들이 몰랐다는 말이 아니다. 어느 쪽이든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지역구 유권자들이 선거 때 말고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스프링필드에서 모두가 알고 있었다. 복잡하지만 가치 있는 타협을 하거나 당론을 거스르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지지했다가는 핵심 지지층, 거물 후원자, 지도부 자리를 잃거나 심지어 낙선할 수도 있었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까? 나는 시도했다. p59



'유권자들이 선거때 말고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라는 대목이 유독 따금 거리며 읽히기도 했다. 내년에 치를 대선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무엇인지. 또 어떻게 선거를 치뤄야 할 것인지 나는 아무 생각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대관절 누구??



결말을 다 아는 이야기라 손에 땀을 쥐는 스토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 험난했던 과정이 눈에 그려지는 듯 술술 읽히는 이야기라 재미가 있다. 그리고 또 한 대목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아내 미셀을 만나 결혼을 하고 정치에 입문해 첫 아이를 갖게 되었던 부분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스프링 필드까지 출퇴근 시간이 무려 3시간 30분 이었다고 하는데 이 길을 8년 정도 혼자 운전을 했다고.  막 정치에 입문해 정신이 없을 때이기도 했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대부분 육아를 아내 혼자 감당하게 되면서 가정 생활에 삐걱대는 신호음이 울렸다고. 그때 자신이 정말 미숙한 부모였음을 시인하는 대목에서 묘한 동질감과 위로를 받았다. 어떤 위로? 



시대를 넘고 세계를 넘어서 '육아'는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구나. 어느 가정에서고 육아에 들어서면 삐걱삐걱 덜컹덜컹 거리는 구나 싶은 생각을 했다. 34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이 개월수로 넘어오기 까지 정말 험난했고 힘들었는데 지금은 어린 시절의 사진을 함께 보며 깔깔 거리며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통제되지 않은 부분은 여러모로 당황스러운데 특히 책을 읽고 있을때 확 빼앗아 도망간다거나 드러누워서 휙휙 넘겨보면서 줄 생각을 안할때, 혹은 붙여놓은 포스트 잇을 떼내겠다고 때를 쓸때가 그렇다. 이 책에도 붙여놓은 포스트 잇을 떼겠다고 실랑이를 버리다 책이 찢어질 뻔 했으며 초록색 크레파스로 색칠을 하려던 걸 간신히 막어설 수 있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여행을 다니는 게 커다란 꿈이었는데.. 지금은 마음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지금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도 모르고... 


알라딘에서 며칠 전 책을 구입하면서 드립백 커피도 주문해 보았다. 맛을 몰라서 하나씩 골고루 담아 보았는데 이렇게 골고루 담아진 스페셜 세트가 있었으면 좋겠다.

















    







콜롬비아, 에콰도르, 과테말라는 들어본 적 있는데 니카라과나 부룬디는 처음 들어본거라 니
카라과 라구나 라는 커피 먼저 맛을 보았다. 포장지가 참 이쁘고 고급스럽다.



'오렌지의 산미, 흑설탕의 단맛, 농밀한 바디감이 좋은 커피'라고 씌여져 대체 어떤 맛일까 궁금증이 컸다



개봉을 해서 컵에 걸치니 원두 냄새가 진동을 했다. 마치 커피숍에 들어온 기분이라 내심 기분이 났다. 뜨거운 물을 끓여 한소큼 부으니 달콤한 군고구마 굽는 냄새가 피어올랐다. 아무리 맡아봐도 군고구마 굽는 냄새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한 모금 마셔봐도 군고구마 구운 냄새가 나는 아메리카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십년째 캡슐 커피를 마시고 있지만 커피맛은 잘 모르겠다. 아마 죽을 때까지 모를것 같다. 그렇지만 역시 캡슐과는 확연한 맛의 차이가 있다. 마치 커피숍에서 내려 마시는 기분이 든다. 구입해 놓은 커피를 다 마시면 잊지 말고 구입해 두고 한번씩 커피숍이 그리울때 마셔야 겠다.





한 번의 생에서 사건과 우연은 우리가 바라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결정하는 듯하다.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자신이 느끼기에 옳은 편에 서서 혼돈으로부터 의미를 이끌어내고 매 순간 품위와 용기를 발휘하여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 P98

이것이야말로 내가 추구할 만한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필요한 것은 오로지 집중이었다. 나는 새출발을 했다. 2학년을 마치고 컬럼비아 대학교에 편입했다. 뉴욕에서 지낸 3년간, 허물어져가는 연립주택들을 전전하며 나쁜 습관과 옛 친구들을 등진 채 수도승처럼 살았다. 읽고 쓰고 일기장을 채웠으며 대학생 파티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고 데운 음식을 먹지도 않았다. 나는 머릿속에 틀어박힌 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몰두 했다. 왜 어떤 운동은 성공하고 어떤 운동은 실패할까? 대의의 일부가 기성정치에 흡수되는 것은 성공의 징표일까. 대의를 도둑질당했다는 표시일까? 무엇이 타협이고 무엇이 변절이며, 둘의 차이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P30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나리자 2021-08-28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에 대한 글이 많이 보이더군요. 오바마는 웃는 모습이 정말 순수하고 매력적인 것 같아요.ㅎ
6개의 드립백이 책 처럼 보이는데요. ㅎ
커피 향기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좋은 하루 보내세요.^^

책부자 2021-09-03 08:20   좋아요 1 | URL
저는 표지의 오바마가 다른 사람같이 느껴졌어요 ㅋㅋㅋ 이제보니 정말 드립백 커피 사진이 작은 미니북 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ㅎ 모나리자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