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오마이스 영향으로 하루 종일 우리 집 보일러 연통에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잘 잤다 + 밥도 먹었다 = 34개월 에너지 파워 충전.



이미 고점을 찍고도 넘쳐서, 넘쳐나는 에너지를 어쩔 줄 몰라 애벌레처럼 몸을 베베꼬고 다니며 방안 가득 물건이란 물건은 넘어뜨리고 보는 이 녀석과 하루 종일 방에서 지내야 하다니! 깊은 한숨만 몰아쉬고 있어야 하는 슬픈 현실. 슬픈 현실?


아니지 나는 전혀 슬프지 않다. 비가 오는 날이 너무 좋다. 왜냐면 아이와 할 일이 무궁무진하니까! 공짜 워터파크를 개장할 수 있으니까!!



▣ 준비물

아이 : 분무기. 우비.

엄마 : 젖어도 뱃살이 드러나지 않을 옷, 우산, 분무기

인내심 10리터

육아 난이도 : ★★★★



준비물을 잘 챙겨 놀이터로 향했다. 하늘에서 구멍이 뚫린 듯 비가 내리지만 천둥, 번개만 치지 않는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페파피그 처럼 물웅덩이에서 첨벙거리기, 분무기로 물총을 쏘며 잡기 놀이하기, 미끄럼틀 슬라이딩하기, 빗방울이 떨어지는 풀들 관찰하기, 모래밭에서 개미 찾아보기 등등 1시간가량 우리는 미친 사람처럼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신발에 모래가 들어가서 까끌까끌 거리고 분무기를 시소 태운다고 양쪽으로 올렸는데 균형이 안 맞아 자꾸 떨어져 짜증도 냈다. 미끄럼틀은 정말 미끄러웠는데 몸이 가벼운 아이는 평소보다 멀리 날아가 깜짝 놀란 마음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신 깔깔거리며 돌아다니는 녀석. 워터파크가 별건가? 공짜로 돈 안 들고 마음껏 놀 수 있는 덤까지 챙겨서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집 앞 놀이터와 비가 최고의 놀잇감이지.










1시간가량을 신나 게 놀고 집으로 돌아오니 할 일이 태산이다. 아이를 욕조에 집어넣고 물을 틀어 여기저기 붙은 모래를 털어준다. 아이 쫓아다니느라 젖은 내 티셔츠와 바지도 모래를 탈탈 털어내고 2차 물놀이를 시작했다. 욕조에 물을 받아 아이가 좋아하는 거품 놀이, 물감으로 여기저기 색칠하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젖은 옷을 손빨래하고 모래가 들어간 신발을 정리하는 등 분주해진다. 다시 1시간가량 놀이가 끝나면 아이의 간식을 준비해 서둘러 먹이고 나야 비로소 쉴 틈이 주어진다. 그러므로 육아 난이도는 4. 체력 소모도 많고 신경 쓸 일이 많다. 그렇지만 아이가 즐거워하는 그 웃음소리가 많은 것들을 단련시켜 준다.



간식을 먹고 한숨 돌릴 때쯤

비와 관련 있는 책들을 하나하나 꺼내들고 한곳에 모아둔다. 그러면 엄마가 뭐하나 궁금해하던 아이가 쫓아와 책을 살펴보다가 원하는 책을 가지고 온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살펴보면서 오늘 일을  간간이 섞어 들려주면 가만히 듣고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짓던 아이가 씩 웃는다. 놀았던 순간이 기억났나 보다고 생각해 본다.




나는 아이에게 그림책을 강요하지 않는 편이다. 읽히고 싶은 그림책이 있으면 가만히 잘 노는 공간에 둔다. 그러면 어느샌가 호기심을 보인 아이가 읽어달라며 책을 들고 오면 호들갑스럽게 읽어주는 편이다. 우리 아이 성향이 워낙 활발하고(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원하는 그림만 보고 지나가버려서 억지로 보여줘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후부터다. 아이가 책장에서 책을 다 뽑아 난장판을 만들어도 인내라는 쓰디쓴 약을 복용한 덕분인지 평소 잘 보지 않던 그림책을 들고와 읽어달라며 내 무릎에 척 앉는다. 그럴 땐 만사 제쳐두고 환영하는 식이다. 아이의 부쩍 늘어난 체중이 온몸으로 느껴질때면 깨닫는다. 아이들에게 기다림이 약이란 것을.



표지만 봐도 시원해지는 그림책 두 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번 구매 땐 잊지 말고 꼭 구입해야지.










집에 있던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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