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단편집 바벨의 도서관 3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외 지음, 연진희 옮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 바다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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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일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일들.
죽음의 일들.

세 개의 단편이 수록돼있다.
도스토예프스키.
안드레예프.
톨스토이.

그 어마어마한 이름들은 이 어마어마한 단편들을 보증한다.
그리고 보르헤스가 공증한다.

<악어>

이 대단한 글 속엔
민주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계몽주의 보수주의 진보주의
인간의 어리석음
도스토예프스키 소설 속 늘 등장하는
어여쁘고 지루해하는 여인.
이 고루 범벅되어 있다.

악어의 뱃속에 사람이 갇혔다.
악어가 사람을 죽였으면 좋았을텐데...
관대하고 자비로운 악어는 몸 속, 고무냄새나고 널찍한 공간을 내어준다.
갇힌 놈은 뱃속에서 새로운 시대를 위한 다양한 계획을 세워대고
도움을 요청받은 고위관리는 보수주의의 대표적 인물로 진보주의자를 욕하며 그의 아름다운 아내에게만 관심갖는다.

첫문장 ;
올해 1865년 1월 30일 오후 12시 30분, 나의 교양있는 친구이자 동료, 그리고 다소 먼 친척인 이반 마트베이치의 아내 엘레나 이바노브나는 파사주에서 일정한 요금에 전시되고 있는 악어를 보고 싶어했다.


인간의 머리는 비어있으면 비어있을 수록 그것을 채우고자하는 갈망을 덜 느끼지
-61p



<라자로>

난 이토록 아름답고 황망한 좀비 이야기를 본 적 없다.

첫문장;
라자로 ( 요한복음에 나오는 인물로 병사해 매장당했다가 예수에 의해 부활했다) 가 사흘 낮 사흘 밤 동안 죽음의 불가해한 힘에 사로잡혀 있던 무덤에서 걸어 나와 자신의 집으로 살아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그에게서 머지않아 그의 이름 자체를 무시무시하게 만들 그 불길한 기이함을 한동안 눈치 채지 못했다.



시체 위에서 죽음이 행하던 파괴적인 노동은 기적적인 힘에 의해 단지 중단된 것처럼 보였을 뿐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92

잠시후, 현자는 끔찍한 것에 대한 지식은 끔찍한 것 자체가 아니며 죽음을 본다는 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118


<이반 일리치의 죽음>

죽음은 삶의 심판이다.
옳지 못한 것들은 전부 죽음 직전에 심판 받는다.


첫문장;
법원의 큰 건물에서 멜빈스키 소송 사건의 재판이 휴정된 동안, 판사들과 검사는 이반 예고로비치 셰베크의 집무실에 모여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크라솝스키 소송 사건을 이야깃거리로 삼았다.



그러나 사실 그것은 전혀 부유하지 않지만 부유한 이들을 닮고 싶어하는 사랑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따라서 서로서로 비슷하게 되고 마는 그런것에 불과했다.
-168

자, 이제 준비되었다. 죽어라!
도대체 이게 뭐지? 어째서? 그럴 리 없다. 삶이 그토록 무의미하고 추악할 리 없다.
-226

나의 모든 생애가, 의식적인 삶이 정말로 ‘옳은 것‘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하지?
...
그는 자신 앞에 있는 모든 것을 옹호하려고 애썼다. 그러다가 문득 그는 자신이 옹호하고 있는 것들의 모든 약점을 깨달았다.
옹호할 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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