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어 벗 포 더
앨리 스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민음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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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대체 책을 읽으면서는 누굴 믿어야하는건가
걱정이 앞선다.
책을 읽는 내 자신을 믿자니, 난 판단력이 좀 떨어지고
수상한 상의 내역을 믿는 건, 그래 그건 날 믿는 것보단 낫다.
내 취향에 맞는 독서 친구들을 믿는 것, 이건 확실하다.
그 중 엄마를 믿는 건, 다른 어떤 것보다 믿을만하다.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건
엄마 덕이다
엄마가 좋은 책이라고 확신했다.
그 말이 없었더라면 중간에 덮었다.

몇번이고 황당해진다.
그래서. 뭐? 어라? 진짜 말 그대로 헐. 이다.
(헐이 요즘엔 안쓰이는 말이라고 한다. 이 말을 대체할 수 있는게 있기는 한건가)

기생충을 보고선 영화란 이렇게 만들어야지. 했다.
어떤 체험이랄까 그런듯 했다.
근데 이 책이 그렇다.
어려운 수업을 듣고 아는체하던 고졸 학사과정의 내가 기억난다.


첫 문장,
사실은 이렇다.

첫 단원에서 보여지던 글을 이해할 수 없었다.
끝에 가서야 아~~ 하게 되니 끝까지 읽어야한다.

p.16
난 내 손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보이는지 잊어버렸어.
그가 말한다.
좋아요, 우리 지금 그걸 했어요. 그럼 내가 지금 보여 줄까요?

> 얼마나 이해가 안되던지, 감도 안 왔었는지
비행기 접는 손을 보는건지 손이 비행기 같은건지.
라고 써놓았다.
당연히 여긴 비행기 접는 손을 보는 거다 ㅋ

p.34
옷을 그렇게 껴입으면 덥지 않니?
괜찮아요. 아이는 그렇게 말하며 초인종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 옷들을 다 입지 않으면 나를 올바르게 대하는 태도가 아니거든요.

> 브룩이 똑똑하단건 34페이지가 되기도 전에 알았다. 너무 똑똑해서 황홀할 지경이었다. 고작 9살인데.
그리고 옷 얘긴. 나도 그렇다고 생각해.

p.66
한때, 단 한때, 그가 말한다. 딱 한때 거기에

>책의 첫문장은 너무 중요해서 책을 다 찢어 버리고서라도 한 장, 단 한 줄을 남긴다면 첫문장만 남기게 된다.
어떤 소설가는 첫 문장을 쓰지 못해 글을 쓰지 못했다고 한다.
한때, 단 한때.
마일스의 첫 문장은 썩 좋다.

p.87
그런 뜻이라는 거 나도 알아요, 아이가 말했다. 그 말을 할 때 입 속에서 어떤 느낌이 드는지 알아보려고 그냥 물어 본 거예요.

>이 말을 좋아한다
˝ 그 말을 할 때 입 속에서 어떤 느낌이 드는지 알아보려 ˝
이런 문장 때문에 가만히 단어를 씹는다.
난 딱히 모르겠는데
그냥 그렇게 하는 사람을 좋아해서.

p.96
내가 오늘 여기 앉아 있는 것을 찍는 것으로 정말 일어난 일을 아는 것이 얼마만큼이나 가능한지 좀 보자. 자, 찍어서 내가 거기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 봐. 내가 거기 있었다는 게 어떤 의미를 띠는지 우리에게 보여 줘 봐.

>애나에게 마일스는 ˝글쎄, 누구더라... ˝ 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대체 왜 그녀는 까맣게 잊었을까.
거기에 내가 있었다.
우리가 제대로 기억하고 존재를 인식하고 현실을 자각하는
찰나가 있기는 할까.

p.121
>요즘 내게 뭘 가장 하고 싶지 않으냐고 묻는다면,
단언컨대.

강인한 기개의 힘으로 역사의 우여곡절을 극복하고 살아남았다.

p.125
겨울. 겨울은 사물을 눈에 보이게 해 준다.

p.144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괄호로 시작한다. 꽤나 깔끔하고 단순한 방법이다.근데 과거 회상에서만 이 기법이 쓰였는지는, 다 읽은 지금은 잘 모르겠다.

> 데어 벗 포 더
에서 제일 짜증스러운건 벗 이다.
멍청한 인간들이 잔뜩이고 개중 리는 때리고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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