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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스트레인저
세라 워터스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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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반영이라는 안경으로 집, 이 공간을 바라봅니다. 새삼스럽고, 특이한 곳이에요.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 자리 차지하고 있는가 하면 생활과는 도무지 거리가 먼 것들도,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네요. 이미 자리를 차지했다고 그에 해당하는 욕망이 끝나는가 하면 또 그건 아니라서 시끄러운 벽시계 대신 조용하고 아름다운 시계를 욕망하고, 풍문으로 들은 다양한 기능의 화분을 두고 죽이면서 또 두고 싶습니다. 자리를 찾지 못해 곁에 쌓여만 가는 책들도, 짚고 넘어가야겠네요. 욕망이라는 것이, 언급한 것처럼 반드시 유형의 어떤 것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죠. 공간에 대한 선호는 성격에 따라 다르다는 연구도 있으니까요.(브라이언 리틀, <성격이란 무엇인가>, 챕터 8)

 

이 작은 공간이 그럴진대 유년기 강렬한 인상에 사로잡힌 꿈의 대저택이라면 어떨까, 어쩌면 저는 패러데이의 집착을 이해할 것도 같습니다. 일찍이 어린 소년은 대저택에 홀려 (말 잘 듣는 아이였음에도 불구하고)저택 안을 잠입해 도토리 석조 조각을 강제로 떼어내기도 하는데요. 그것도 무척 애를 써서 일을 저지릅니다.

 

망가뜨릴 생각은 아니었다. 나는 짓궂거나 뭔가를 함부로 때려 부수는 아이가 아니었으니까. 단지 그 집을 숭배하는 마음에서 집의 일부를 갖고 싶었을 뿐이다.(중략) 갑자기 사랑에 눈이 멀어 상대의 머리카락 몇 올을 갖고 싶어하는 남자의 심정이었달까.(13~14쪽)

아마 이때 이미 모종의 불안함이 움텄던 것 같습니다. "상대의 머리카락 몇 올을 갖고 싶어하는" 심정은 그다지 건강해 보이지가 않죠. 실은 심각하게 안 건강해 보입니다.(불안하지만, 소설의 주인공이 이렇게 비뚤어졌다면, 대환영입니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주인공이고, 이 불안을 뒷받침할 어떤 증거도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불안함은 잠시 사그라드는 듯했습니다.

 

현재 꿈의 대저택은 애처로울 정도로 쇠락하는 중입니다. 헌드레즈라는 대지주의 주인들은 바로 그 헌드레즈와 싸우느라 바쁩니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느라 다른 모든 것을 지켜내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처지. 에어즈 가문의 세 모자는 그렇게 세상과 고립되어 저들만의 세계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 간격, 민감하게 벌어진 틈새로 닥터 패러데이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은 운명적이기까지 합니다. 패러데이에게 집을 구경시켜주는 캐럴라인, 이들의 대화는 운명이라는 고리를 짐작하기에 충분하죠. 심지어 집에 저당잡힌 이 생활을 투덜대는 캐럴라인에게 패러데이는 집이 "사랑스럽"다고까지 말을 합니다. 패러데이의 기저한 욕망.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어쩐지 여기에 많은 에너지를 쏟게 합니다.

 

그런가하면 이 '탐욕스러운' 집은 화려한 과거를 잊지 못하고 투정부리는 고약한 노인 같습니다. 어마어마한 덩치를 자랑하면서요.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이 집은 소설적 배경에 머무르지 않죠. 오히려 가장 적극적으로 사건을 만들고, 사람들을 갈등하게 만들고, 작품 전체에 지독한 긴장을 자아냅니다.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자꾸 자꾸 터져나오는 바람에 저는 패러데이에 대한 에너지를 거의 잃을 뻔하기까지 했어요. 캐럴라인이 사랑하는 것들을 하나씩 잃고 패러데이를 얻어가게 될 때까지는 말이죠.

 

패러데이는 캐럴라인과 결혼하려 합니다. 그것이 캐럴라인을 지키는 일이고, '헌드레즈를 지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헌드레즈에 집착하는 패러데이는 헌드레즈만큼이나 기괴합니다. 혹시 이 기괴함은 모조리 패러데이의 것일까요? 그 때문에 캐럴라인은 모두에게서 도망치려한 것일까요? 에어즈 가에 드리운 헌드레즈의 저주는 과연 사실일까요? '리틀 스트레인저'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인가요?

 

답은 아무도 모릅니다. 패러데이 스스로도, 그렇게 말하죠. 소설에서 적고 있는 것은 그뿐이기 때문에 힘 없는 독자로서는, 그저 그걸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 물음표를 한 쪽에 간직하고 말이에요.

 

하지만 나는 때때로 혼란스럽다. 나는 그 순했던 가엾은 지프를 기억한다. 로더릭의 방 천장과 벽면에 나 있던 이해할 수 없는 검은 그을음 자국을 기억한다. 에어즈 부인의 실크블라우스 위로 솟아나던, 내가 직접 목격한 세 방울의 피를 기억한다. 그리고 캐럴라인을 생각한다. 죽기 바로 전에 달빛 환한 계단참을 가로질러 걸어가던 순간의 캐럴라인을 생각한다. '당신!'이라고 외치는 그녀를 생각한다.(707쪽)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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