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블 이야기
헬렌 맥도널드 지음, 공경희 옮김 / 판미동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는 내내 서럽다, 는 생각에 강하게 사로잡혔습니다. 흡사 노래 <Lost stars>를 들었을 때의 서러움 같은 것이었는데요. 그것은 매우 아름답고 처연한 서러움이었습니다. 무척이나 울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상실과 회복에의 부단함, 좌절과 같은 감정들은 피하면 피할수록 좋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저자처럼 말이죠.

 

몇 주일이 흘렀다. 계절이 바뀌었다.(중략) 그리고 나는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소위 '정상적인 애도' 중. 바로 그거였다. 별다른 일 없이 느릿느릿 상실 이후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곧 다 나을 거야.' 내가 얼마나 쉽게 이 말을 믿었는지 돌이켜보면 지금도 쓴웃음이 나온다.(36쪽)

실은 망가지고 있습니다. 회복은 시간이 도와주지 않으니까요. 회복에 필요한 무언가,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무언가, 가 있다는 것은 그래서 행운입니다. 그게 여행이든 로봇강아지든 사랑하는 사람이든 참매든 간에 말이에요. 우리를 살게 하는 것들입니다.

 

'그 후에는' 나는 친구들에게 나를 내버려 두라고 알려 두었다. 냉장고에 매의 먹이를 잔뜩 채우고 전화선을 뽑았다.(116쪽)

그야말로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내 삶에 목적이 생"(117쪽)긴 것이죠. 이것으로 버팁니다. 버티다가 이것이 전부가 된다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과거의 상처들을 밝히고 그것들을 다시 찾아가 그 힘을 완화시키는 것."(129쪽) 그것만이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길이니까요.

 

내게 역사는 소용없었다. 시간은 아무 소용도 없었다. 내가 매를 길들이고 있는 것은 시간을 다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였다.(192쪽)

헬렌, 그에게 매는 훌륭한 피난처가 됩니다. "매 안에는 후회나 깊은 슬픔이 있을 수 없었"(257쪽)고 "오직 현재에 살았"(257쪽)기 때문이에요.

 

사실 우리는 모두 일그러진 존재들입니다. 돌연변이, 이방인이죠. 매는 그 사실을 매 순간 상기시킵니다. 늘 죽음을 떠오르게 합니다. 언제든지 끝날 수 있다는 공포, 그것이야말로 역설적으로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일지도 모르겠어요.

우리는 메이블처럼, 헬렌처럼 일상화된 공포에 살고 있지 않나요? 죽음은 곁에 있고, 무한할 것 같은 삶은 나뭇가지처럼 푹 꺾이고 맙니다. 내가 떠날 것이, 곁이 떠날 것보다 두렵지 않을 때가 더 많죠. 아무도 자유롭지 않아요. 그렇다면, 이 냉소가, 현명하지 않다고 말할 사람이 어디 있나요?

 

서서히 이별하는 것들, 도저히 준비할 수 없는 그것들이 못 견디게 슬픕니다. 상상만으로도,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습니다. 그건 아름답고도, 황홀한 감정이기도 해요.

 

게다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들이 어떻게 고군분투하며 대화하는지 엿보는 일은 정말 매력적인 일입니다. 메이블은 아름다운 존재여서, 헬렌과 꼭 어울리는 영혼의 짝이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그런 존재가 하나쯤 곁을 지켜주었으면 좋겠어요.

꼭, 다시 한 번 읽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할 느낌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