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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9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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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작가의 단편선(앤솔로지도 비슷하고요...)에 몇 번이고 실패한 경험이 있는 저는, 이 책 <기 드 모파상> 역시 '소장용' 책으로나마 욕심이 났을 뿐 작품 하나하나에 매료되리란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대가라 하더라도 모두가 완전하지 않은 인간이고,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않은 작품이 도리어 대가를 만든 밑거름이었다고 생각한다면,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들 앞에서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약간 서글픈 심정으로 수긍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저 독자 한 사람에 불과하고 기대하고 고대하던 유명 작가의 단편선에 실린 작품들이 어느 하나 빠짐없이 특별한 영감을 주었으면 하고 바랐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단편선들에 실망하고 심지어 원망스럽게 느끼기까지 했더랬습니다.

이렇게 구구절절 저의 실망담을 서술하는 이유는!

<기 드 모파상> 만큼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입니다.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 책. 진짜 좋습니다!

 

모파상은 우리에게 <여자의 일생>이나 <벨아미>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근대 단편소설의 창시자'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을 만큼 탁월한 단편소설을 썼고 또한 많은 단편소설을 남겼지요. 10년 동안 300여 편의 단편과 6편의 장편, 시집과 기행문까지 남겼다면 알만 합니다. 그 열정과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잘 알려진 바와 같이)방탕한 생활로 지낸 와중에도 말입니다. 작가의 사생활은 논외로 합니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고 건넌 이 자리에 앉은 독자인 저는 그저 이런 작품들을 만난 것이 기쁘기 그지없을 따름입니다. <기 드 모파상>에 실린 60편이 넘는 단편들로 모파상의 단편을 모두 말할 순 없겠지만 저로서는 놀랍도록 만족스런 책읽기였다고 또다시 강조하고 싶네요.

 

책 소개에도 있듯이, 단편은 크게 몇 가지 범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전쟁을 다룬 이야기('비곗덩어리', '미친 여자', '발터 슈나프스의 모험' 등)부터 파리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목걸이', '승마', '크리스마스 만찬' 등), 시골 사람들의 이야기('어느 농장 아가씨 이야기', '오르탕스 여왕', '술통' 등)처럼 말이지요. 그 중에서 제가 특히 매력을 느낀 단편들은 다름 아닌 '사랑'을 다룬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모파상은 '마드무아젤 페를'처럼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애정사를 폭로하기도 하고, '행복'처럼 모두가 꿈꾸는 진정하고 변하지 않는 사랑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의자 고치는 여자'처럼 미련하리만치 순정적인 짝사랑의 가련함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인간과 사랑이라는 미묘한 감정에 대한 모파상의 예민한 감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라 아주 마음에 들어요.

 

그 중, '달빛'은 짧은 작품이지만 꽤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사랑에 대해, 흔들림이나 환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의 재치가 무척이나 공감 됐거든요.

 

언니, 우리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사랑을 사랑하는 경우가 자주 있어. 그리고 그날 밤 언니의 진정한 애인은 달빛이었던 것 같아. - 213쪽, '달빛' 

또한 모파상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비곗덩어리'는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을 만큼 좋은 작품입니다(만일, 아직 모파상을 모르거나 모파상에 관심이 없는 주변인이 있다면, 그래서 그에게 딱 한 편만 소개해야 한다면 저는 이 단편을 추천하겠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상황, 위급한 상황 앞에서 인간의 이기심과 잔인함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무척이나 흥미롭게 그렸습니다. 점잖은 사람이나 저속한 사람이나 그 순간에는 모두 똑같이 이기적이고 냉정해져요. 정작 존경 받아야 할 사려 깊고 선한 사람이 그들의 이익을 위해 희생당합니다. 그리고 이토록 불합리한 말,

 

그녀에게는 그런 일이 그다지 중요한 일도 아니지 않은가! - 41쪽, '비곗덩어리'

따위의 말을 내뱉기도 하죠.

 

모파상의 작품들은 '과연 보석처럼 빛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섬세함과 명쾌함이 어떤 갈증을 해소해주는 느낌이었달까요. 그만큼 멋진 책이어서 책을 덮은 후에도 계속해서 책을 들춰보고 있습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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