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 선 그리스도인
엘렌 오트 마샬 지음, 대장간 편집실 옮김 / 대장간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교회의 역사는 진리 수호의 역사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권력 수호의 역사이기도 하다. 참으로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지난날 카톨릭 교회는 세속 권력을 얻고, 지키기 위한 투쟁을 벌였다. 초기 역사에서는 진리를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갖은 핍박에도 신앙을 지키기 위해 힘겨운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교회가 국가로부터 공인된 이후에는 부패하기 시작 했다. 정치와 야합하여 혹은 그 위에 군림하여 사람들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다스리기 시작 했다. 이러한 역사가 증명하는 것처럼 정치와 종교는 엄격히 분리 되어야 한다.
 종교가 정치와 결탁하면 종교는 반드시 부패하게 된다. 따라서 종교는 정치로부터 떨어져서 정치가 부패하지 않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절대로 정치에 직접 관여하면 안 된다. 그렇다면 모든 그리스도인은 정치권에서 물러나야 할까? 그것은 아니다. 그리스도인이 정치인이 되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이 더 많이 정치권으로 나아가 바르고 청렴한 정치를 해야 한다. 다만 교회 자체가 정치에 직접 관여하는 것은 분명히 지양해야 한다.
 그렇다면 신실한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정치에 참여해야 할까?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어떻게 정치적 문제와 연결 시켜야 할까? 공적 정치에 어떠한 영향을 끼쳐야 할까?

 '광장에 선 그리스도인'

 이 책에서는 신앙인이 광장에 설 때 갖추어야 할 기본자세를 이야기 한다. 정치에 관여하는 신앙이 갖추어야 할 기본 전제로 세 가지를 든다. 그것은 '사랑', '윤리적 모호성', '신학적 겸손함'이다. 조건 없는 사랑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사랑이 없으면 미움과 이기심, 분열이 생기게 된다. 윤리적 모호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이들과 공감대를 발견하기 힘들고, 서로 간에 격차가 더욱 커진다. 신학적 겸손함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건설적이고, 상호 비판적인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이러한 세 가지 행동을 통해 정치적 효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에 이러한 신적 승인을 제공하여 인류를 하나의 가족으로 변혁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광장에서 더 이상 분열의 요인이 아니라 사랑의 구현자로 개입 할 것을 역설한다.
 전체적인 내용은 좋으나 아쉬운 점이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열린 사고와 행동은 좋아 보이긴 하지만 저자의 자유주의적 견해로 인해 특히 윤리적 모호성 부분에서는 신앙적 기준이 약간 흔들린다. 윤리적 입장에 대한 지나친 광의적 입장을 취함으로 기독교 전통 사상의 울타리를 살짝 넘어간다. 저자의 주장을 접하는 순진한 이들이 혼란을 일으킬 여지를 제공한다.
 아무튼 그리스도인이 광장에 들어 설 때 어떠한 신념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도록 도와주는 책으로 예배 광장인이나 광장인이 한번 읽어보기에 괜찮은 책이다.

 지난날 역사를 돌이켜 보면 올바른 신념을 갖고 있는 신실한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는 세상의 이로운 변혁을 가져왔다. 하지만 반대로 잘못된 신념을 가진 그리스도인이 정치에 관여 했을 때는 세상에 고통을 가져왔다. 그리스도인이 정치에 참여 할 때는 기독교 신념과 정체성을 분명히 견지해야 한다. 그렇다고 그로 인해 배타성과 이기심을 발휘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린 마음으로 관용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근본 신앙으로만 굳게 무장한 그리스도인은 도리어 분열과 파괴를 낳는다. 그리스도인은 더욱 사랑과 겸손, 그리고 포용으로 정치에 임해야 한다. 그 바탕에는 사명 의식을 분명히 갖추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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