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에의 길 - 개정 증보판
헨리 나우웬 지음, 김명희 옮김 / IVP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예수회의 사제였던 헨리 나우웬은 카톨릭과 개신교 양 진영에서 모두 사랑 받는 몇 안 되는 성직자이다. 그는 65세에 하나님 품에 안겼는데 오늘에 비하면 생을 짧게 마감하였다. 나우웬은 그 짧은 삶 동안 여러 책을 남겼는데 그것들을 통해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큰 깨달음과 은혜를 주고 있다. 이 책도 그 중 하나인데 전체가 118페이지로 무척 얇다. 하지만 내용은 정말 풍성한 은혜로 가득 차 있다.

 그러면 개인적으로 헨리 나우웬이 좋아서 읽게 된 이 책의 참 맛을 보러 함께 가보자.
 
 

 본서는 능력의 길, 평안의 길, 기다림의 길, 삶과 죽음의 길, 이렇게 네 글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짧은 글속에는 나우웬의 싶은 통찰과 깨달음이 담겨 있다. 그 중 몇 개의 글만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능력의 길을 보자.
 

 능력의 길에서는 권력(power)과 무력함(powerlessness), 그리고 능력(power)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정의로는 

  '남을 지배하고 복종시키는 힘.'

이다. 남을 장악하여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힘이다. 부정적으로 보면 참으로 두려운 힘이다. 공동체를 분열 시키고, 한 사람을 파멸 시킬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런 권력에는 경제적 권력, 정치적 권력, 종교적 권력, 이렇게 세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종교적 권력이 가장 나쁘다고 나우웬은 말한다.

  "가장 교활하고, 분열을 일으키며, 상처를 주는 권력은 하나님을 섬기는 가운데 사용되는 권력이다."(p26)

 이것은 지난 역사가 분명히 증거한다. 그런데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복음을 선포하는 데 권력이 사용될 때, 좋은 소식은 금세 나쁜, 아주 나쁜 소식으로 바뀌고 만다."(p27)

이것이다. 과연 이보다 더 슬픈 소식이 있을까? 이보다 더 하나님을 슬프고, 화가 나게 만드는 소식이 있을까?

 
 예수님은 이땅에 기적 같이 임하시어 십자가 위에서 무기력하게 돌아가셨다. 어느 권능자가 그런 무기력함을 피조물에게 보이려할까? 무수한 비난과 불신을 각오한 참으로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하나님의 이해하지 못할 그러나 사랑이 가득한 결단이

  "진정한 하나님의 무기력함과 하나님이 친히 한 부분이 되신 인류의 무력함이 사랑의 집으로 가는 문이 되었다."(p33)

우리에게 가장 큰 축복이 되었다.
 

 하나님은 가장 큰 능력을 가지고 계신 분이지만 연약한 능력, 무력한 능력을 우리에게 보이셨다. 그런 그분을 이해한다는 것은 힘들다. 우리의 생각과는 반대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분은 우리에게 같은 것을 요구 하신다.
 
  "힘을 통한 능력에서 무기력함을 통한 능력으로 옮겨가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다."(p38)

 그분은 참으로 오묘하신 분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행하지 아니 하시니 말이다.
 

 다음으로는 기다림의 길을 보자.

 많은 사람들이 기다림을 싫어한다. 그것은 수동적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우웬은 그것을 다르게 본다.

  "인내하는 삶이란 현재의 삶을 능동적으로 살며 그 곳에서 기다리는 것을 의미한다.(p76)

 관점을 달리 해 보라. 기다림 혹은 인내는 무언가가 나에게 다가 오기를 내가 허용하였기에 가능한 것이다. 무기력하게 느껴지지만 나의 허락과 요구가 없다면 기다림은 있을 수 없다.

  "끝을 알 수 없지만 신뢰하며 기다리는 것은, 삶을 향한 아주 혁신적인 자세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우리 자신의 상상을 훨씬 넘어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소망하는 것이다."(p78)

 기다림은 결코 지루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절대 무기력한 것이 아니다. 기다림은 설레임과 두근거림을 가득 품을 수 있게 해주는 근거이다. 그것이, 그 시간이 언제 올까 나를 초초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반가운 손님을 맞게 해 주는 행복한 시간이다. 기다림은 적극적인 마음의 행위인 것이다.

 

 나는 이 책의 내용을 조금 다르게 얘기 했지만 나우웬은 네 이야기 모두 하나님과 관련지어 이야기한다. 하나님 안에서의 능력과 평안, 그리고 기다림, 삶과 죽음은 모두 그분이 우리에게 주시는 가르침이다. 그것은 하나님과의 교제와 그분께서 주신 우리의 소명을 깊이 생각하게 한다. 

 

 얇은 책이지만 참으로 풍성한 은혜가 담긴 책이다. 초신자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겠지만 초신자든 기신자든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별을 5개를 주어도 결코 아깝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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