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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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아버지의 그 회상은, 군도로 인간을 내려치는 잔인한 광경은, 말할 필요도 없이내 어린 마음에 강렬하게 각인되었다. 하나의정경으로, 더 나아가 하나의 의사 체험으로, 달리 말하면, 아버지 마음을 오래 짓누르고 있던것을 - 현대 용어로 하면 트라우마를 - 아들인 내가 부분적으로 계승한 셈이 되리라.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고, 또 역사라는 것도 그렇다. 본질은 ‘계승‘이라는 행위 또는 의식속에 있다. 그 내용이 아무리 불쾌하고 외면하고 싶은 것이라 해도, 사람은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역사의 의미가 어디에 있겠는가?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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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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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한 번, 그에게 물은 적이 있다.
누구를 위해서 독경을 하는 것이냐고. 그는 말했다. 전쟁에서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서라고.
전쟁에서 죽은 동료 병사와 당시에는 적이었던 중국인들을 위해서라고. 아버지는 그 이상은 설명하지 않았고, 나도 그 이상은 질문하지않았다. 아마도 더 이상의 질문을 가로막는 무언가가 그 자리의 분위기 같은 것이 있지않았나 생각한다. 그러나 아버지 자신이 질문을 제지한 것은 아니었다는 기분이 든다. 만약계속 물었으면, 뭐라고 대답해주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는 묻지 않았다. 어쩌면 오히려 내자신 속에, 질문을 제지하는 무언가가 있었으리라.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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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한 번, 그에게 물은 적이 있다.
누구를 위해서 독경을 하는 것이냐고. 그는 말했다. 전쟁에서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서라고.
전쟁에서 죽은 동료 병사와 당시에는 적이었던 중국인들을 위해서라고. 아버지는 그 이상은 설명하지 않았고, 나도 그 이상은 질문하지않았다. 아마도 더 이상의 질문을 가로막는 무언가가 그 자리의 분위기 같은 것이 있지않았나 생각한다. 그러나 아버지 자신이 질문을 제지한 것은 아니었다는 기분이 든다. 만약계속 물었으면, 뭐라고 대답해주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는 묻지 않았다. 어쩌면 오히려 내자신 속에, 질문을 제지하는 무언가가 있었으리라.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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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나는 고로엔 해변에 고양이를 내려놓고 안녕이라 말하고는,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전거에서 내려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하는 기분으로 현관문을 드르륵 열었는데, 조금 전에 버리고 온 고양이가 "야옹" 하면서 꼬리를 세우고 살갑게 우리를 맞았다. 우리보다 앞서 집에 돌아와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돌아올 수 있었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는자전거를 타고 곧장 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아버지 역시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참이나 둘이, 아무 말을 못 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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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것.
물론 아버지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것은 많다. 아무렴, 이 세상에 태어나 열여덟 살에 집을 떠날 때까지 아버지와 아들로, 그렇게 넓지않은 집 안에서, 한 지붕 아래에서, 당연한 일로써 매일 함께 살았으니까. 나와 아버지 사이에는 - 세상 대부분의 부자 관계가 그렇듯이- 즐거운 일도 있었고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일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나의 뇌리에 가장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은 어째서인지 그어느 쪽도 아닌 아주 평범한 일상의 흔한 풍경이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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