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의 서사 - 수많은 창작물 속 악, 악행, 빌런에 관한 아홉 가지 쟁점
듀나 외 지음 / 돌고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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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 실은 불의한것이었음을 알게 될 때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이 내린 판단과 선택 역시 틀렸음을 인정하는 일,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밝혀진 그 진실이 도리어 거짓이라고 부인하는 일. 선과 악은 이 지점에서 비로소 서로의 등을 돌린다. 선은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는 용기를 발휘한다. 반면 악은 드러난 세계의 참모습과 진실의 빛에 놀라 암막 커튼을 휘두르고 자신의 어둠 속에안주하려는 나약함을 보인다. 데이비드는 뒤의 선택지를, 룰루는 앞의 선택지를 고른다. 이렇게 갈라선 지점부터 그들은 독자 앞에서 각자의 혼돈과 대결하며 서사를 진행해나간다. 책 전체에 걸쳐 제시되는 저자의 독서 과정은 두 명의 나르시시스트가 각자의 혼돈과 벌이는 사투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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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 외 지음 / 돌고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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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피해자의 시선에서 바라볼 때 악의 시간에는끝이 없다. 신유나의 딸인 지유의 시간 속에서, 신유나로 인해 아들을 잃은 남편의 시간 속에서 신유나의 행위는 언제까지고 살아 숨쉬며 영향을 줄 것이다. 그들의 삶속에서 신유나의 악은 끝나지 않는다. 신유나의 악행이끝나는 것과도 무관하고 신유나의 삶이 끝나는 것과도무관하다. 악은 가해의 끝이 아니라 피해의 시작이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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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 외 지음 / 돌고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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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한 것은 자신의 ‘유령됨’에 대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살인에 아무런 뜻도 목적도 없다고 생각한다. 자연이 자신의 일을 하는 것처럼 자신은 누군가를 죽이고싶은 사람들의 의도를 실현해주는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 그는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존재하는 ‘유령‘에 빗대어 자신의 행위를 설명한다. 범법 행위에서 ‘의도’와 ‘마음’은 형량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렇다면 그의유령론은 죗값을 줄이려는 알량한 변명일까.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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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 외 지음 / 돌고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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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머의 악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소년의 기행이 아니라 소년의 기행을 내버려둔 이상한 시대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따라서『내 친구 다머』는 그들의 성장 환경을 차지하는 중요한 배경, 즉 중산층 가족의 영혼 없는 분위기와 "세상의 무관심"을 묘사하는 데 집중한다. 어린 시절부터 첫 번째 살인을 행한 날까지의 시간만을 다루는 것 역시 그 같은 맥락과 궤를 같이한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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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 외 지음 / 돌고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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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해리스의 한니발 렉터는 어떤가? 최근 몇십년 동안 가장 인기 있던 허구의 캐릭터가 아닌가? 하지만 렉터가 가장 재미있었을 때는 비교적 조연인 『레드드래곤』과 『양들의 침묵』에서였다. 단독 주연작인 『한니발』부터는 슬슬 재미가 없어졌고 캐릭터 기원담인『한니발 라이징』에서는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왜였을까? 그건 렉터가 오로지 조연으로 등장할 때만 빛을 발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비교적 좋은 면을보여주었을 때.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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