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람들이 죽었다는 소문이있었지만 시위대의 얼굴엔 두려움이 없었다. 그들은 비장하고 결연했으며 무리의 절반은 동이 또래의 어린 학생들이었다. 동이는 그들이 왜 데모를 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글자를 알아도 세상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다만 그들은 학생이었고 자신은 앵벌이였다. 그들은사지가 멀쩡했지만 자신은 다리가 부러진 채 온몸에 상처가 나 있었다. 그런데도 동이는 자석에 끌려가듯 저도 모르게 데모대에 끼어들어 함께 행진을 하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인파 속에 섞여 있는 게 더 안전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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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찾아준다고 해놓고 찾아주지도 않았잖아.
학교에 보내준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고, 천당에 보내준다고 했는데 그것도 다 거짓말이야. 그리고 나중에 죽어서천당에 가면 뭘해. 씨발, 여기가 바로 지옥인데…………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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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외투를 다시 걸쳐 입고 움막으로 돌아왔을 때, 아이들은 모두 어둠 속에서 잠들어 있었다. 동이는 조용히자리에 누웠는데 돌아오는 내내 참고 있던 눈물이 소리없이 줄줄 흘러내렸다. 단 하루 만에 짧고 강렬했던 희망과참담하고 긴 절망이 교차했다.
길바닥의 앵벌이가 하루아침에 미군 클럽의 악사가 된다는 게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일까? 동이는 처음에 미키가자신을 놀리려고 장난을 친 게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아니면 미키 또한 어리석게도 동이가 정말로 클럽의 악사가 될 수 있다고 믿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상관없었다. 철없는 아이들의 헛된 꿈은 처참하게 부서지고 아무것도 바뀐게 없었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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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결처럼 아련하게 멜로디가 흘러가는 동안 흥분한 마음이 차츰 가라앉았다. 노래는 너무 부드럽고 달콤해 자신이 처한 현실과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그래서 노래를 듣고있는 동안 동이의 눈에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단지 노래가 슬퍼서가 아니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였다. 그리고 그것이 곧 깨어날 꿈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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