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은 예초기를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가을이 와도밤을 다 주울 때까지는 풀과의 전쟁이다. 가장 쓸모없는 것들이 생명력은 오지게도 질겨 고춧대가 찬바람에 시들때도 저 홀로 무성했다. 그가 풀을 베다 진저리칠 때면 너무글지 마라, 죽이는 니가 힘들겄냐, 죽는 쩌것들이 힘들겄냐, 양촌댁은 아들 편이 아니라 잡초 편을 들었다. 어머니 말이 옳기야 했다. 잡초도 가만 놔두면 고추나 가지처럼 적당히 크다 멈출 테지. 제대로 크지도 않았는데 싹둑잘라내니 어떻게든 살려고 기를 쓰는 것일 터였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그게 잡초의 운명이고 자나 깨나 잡초를베어야 하는 건 농부인 그의 운명이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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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디어린 쑤언에게 뭘 어찌해야 할지 몰라 멀뚱멀뚱 딴전만 피우고 있는그에게 어머니는 노상 말했다. 먼 말을 주고받아야 멀 좋아하는 중도 알 것 아니냐. 니가 먼첨 말을 붙여봐야. 그래야 쑤언이도 우리헌티 맴을 붙이제. 어매도 읎고 아배도옰고 형제자매도 읎고, 워디를 봐도 생면부지 낯선 사램들뿐이제 말할라 안 통하는디 쨔가 워따 맴을 붙이겄냐.
어머니가 하도 종주먹을 들이대 겨우겨우 말을 붙이고 어찌어찌 하다보니 고운 정 미운 정 들이며 이십년을 살았다. 그동안 오며 가며 인사나 나누던 찌니들에게 밥을 먹이고 말을 붙이는 게 먼저 간 어머니의 마음인가 싶으니진저리나게 싫던 고수가 씹을수록 고소한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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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 묵고 자픈 것만 묵고 살 수 있가니. 싫은 것도 묵어야제. 묵다보먼 다 묵어지니라.
먹다보니 먹어진 것인지 쑤언을 생각해서 먹은 것인지몇달 지나지 않아 양촌댁은 스스로 쌀국수에 고수를 넣어먹을 정도가 되었다. 싫다는 법 없는 어머니와 참는 법 없는 며느리는 한쪽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환상의 짝꿍이었다. 어머니의 인내심을 눈곱만큼도 물려받지 못한 이장은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적응은커녕 요즘에는 고수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쑤언이 드세진 것에 비례하여 고수가 싫어진 것 같기도 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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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 주목에 일단 놀랐던 찌니들이 이번에는 저 말의의미를 분명하게 인지했다. 적의는 없는, 순수한 호기심의 발로인, 어쩌면 그래서 더욱 잔인한 저런 질문들을 성진도 혜진도 몇 차례 들은 바 있었다. 운동도 삼주만 하면습관이 되어 근육이 기억한다는데 근 이십년이 지나도록잔인한 질문을 견뎌내는 근육은 발달하지 않았다. 발달은커녕 있던 근육도 사라져 질문을 들을 때마다 더 아팠다. 여전히 찌니들은 대처할 방법을 알지 못했다. 몸이 반응하여 온몸이 하얗게, 아니 새하얗다 못해 푸르스름하게질리는 것밖에는. 작은 찌니 혜진이의 몸이 휘청하는가싶더니 큰 찌니 성진이의 팔을 꽉 붙들고 겨우 바로 섰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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