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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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인간의 불행은 모르는 척하고 싶다고 했지?"
"네, 그랬죠."
"그럼 지금도 내 대답은 듣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왜죠? 당신이 모르는 척했던 불행 이야기를 하는 거잖아요"
"그게 실은 내 불행이기도 하니까."
콜리는 이해할 수 없었다.
"가족들의 불행을 마주 본다는 건 내가 외면했던 내 불행을마주 보는 거랑 같거든."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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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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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딘가 달라 보이네요. 피부가 푸석하고 피곤해 보여요. 집에서 쉬는 게 적절한 조치일 것 같아요. 인간은 아프면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다고 들었어요."
보경은 순간, 속에서 왈칵 올라온 감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그게 어떤 감정인지 일부러 들춰보지 않았다. 밖에서 연재가 콜리를 불렀다. 콜리는 꾸벅 고개를 숙이며 다녀오겠다고 말하고는 느긋한 보폭으로 현관을 나섰다. 딸들도 알아차리지 못하는보경의 상태를 콜리가 알아봤다. 통계에 의한 상황 판단일 뿐이겠지만 쉬라는 이야기를 타인에게서 들은 것이 실로 오랜만이었다. 정확히 따지자면 타인‘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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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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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어떤 건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보경은 콜리의 질문을 받자마자 깊은 생각에 빠졌다. 콜리는이가 나간 컵에서 식어가는 커피를 쳐다보며 보경의 말을 기다렸다.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 거야."
보경은 콜리가 아닌 주방에 난 창을 쳐다보며 말했다.
"문득문득 생각나지만 그때마다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그래서 마음에 가지고 있는 덩어리를 하나씩 떼어내는 거지. 다 사라질때까지."
"마음을 떼어낸다는 게 가능한가요? 그러다 죽어요."
"응. 이러다 나도 죽겠지, 죽으면 다 그만이지, 하면서 사는거지."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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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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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걸 선의라고 생각했다. 은혜가 ‘알아요‘라고 차갑게 말하거나 대꾸하지 않으면 자신의 선의를 무시한 못된 인간이 된다. 그럼 곧장 인상을 찌푸리거나 대놓고 혀를 차는 경우도있었다. 웃어야 한다. 사람들이 은혜에게 바라는 건 어떤 불굴의상황도 웃음으로 이겨내는 긍정의 힘이었다. 은혜는 사람들이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그렇지만 은혜는 그렇게호락호락 그들 삶의 위안과 희망이 되고 싶지 않았다. 본인 인생은 본인이 알아서 보듬으세요. 가끔은 마이크 잡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다행히 집에 돌아올 때는 혼자 오지 않았다. 주원과 함께 왔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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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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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이 이야기의 결말이자, 나의 최후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떨어지고 있다. 일반적인 속도라면 떨어지는 데 3초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3초보다 몇 곱절은 더긴 시간 동안 천천히, 조금씩 하늘에서 멀어지고 있다. 땅에 닿는 순간 충격이 몸에 전해지더라도 아프지는 않겠지만, 몸이 부서지는 걸 피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고통을 느낄 수 없다는점이 누군가는 내 존재 이유며 최대의 장점이라 말했지만 아무래도 그 말은 틀렸다고 본다. 내가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면 이렇게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내 최후도 맞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내가 추론해낸 바를 말하자면, 고통은 생명체만이 지닌 최고의 방어 프로그램이다. 고통이 인간을 살게 했고, 고통이 인간을성장시켰다. 내가 이것을 깨닫게 된 이유는 물리적인 것과 비물리적인 것으로 나뉜다. 내가 떨어지는 동안 이 이야기를 전부 다할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지금 나에게는, 최후까지 아주 길게 늘어진 시간이 있으니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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