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젠 정말 가려는 거구나. 안 갈 수는 없는 거니?"
‘안 돼요.‘ 그렇게 답할 수도 있었다. ‘거기로 달려가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고요? 틀렸어요. 어떻게 그러겠어요? 한 번도 그곳을 떠난적이 없는데. 어디서 뭘 하든, 누구랑 있든 내 발 하나는 늘 거렁바위골을 딛고 있어요. 그래요, 잊어보려 했던 때도 있었죠. 하지만 돌고돌아 내 앞에 놓인 건 결국 모든 게 시작된 그곳이네요. 내가 뭘 어떡하겠어요.‘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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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민정은 언젠가 지율의 물음에 그렇게 답했었다. ‘그 일‘이 있기 전,
지율이 한창 민정과 함께 민지를 찾으러 그곳을 오갈 때였다.
"무슨 말인지 알아. 아마 여기 사람들 모두 한 번쯤은 그런 고민을 했을 거야.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해.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릴 생각해주는 거라고. 정말 우리가 어떻게 되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 존재라면, 애초에 우리의 탈출을 돕지도 않았겠지.
그 나무가 아니었으면 거렁바위골 탐사 자체가 불가능했어. 자기를잘라낸 인간들이 괘씸할 법도 한데, 대가를 요구할지언정 우리를 돕기는 한다는 건・・・・・・ 인간을 아끼는 마음이 조금은 남아 있는 것 아닐까?" -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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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지금은 알아요. 그 일은 우리 중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는 걸. 그러니까...... 어떤 일은 우리가 뭘 해볼 수도 없게 느닷없이, 너무나 불운하게, 그냥 그렇게 일어나버린다는 걸요. 처음에는그걸 인정하기가 괴로웠어요. 내가 너무 무력하게 느껴져서요."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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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한 명이 그렇게 될 때마다 며칠 잠을 못 잤어요. 전부내 잘못인 것만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일은 계속 일어났죠. 그래서 어느 순간 저 스스로 약속한 게 있어요. 슬퍼하는 건 당연하다. 대신 필요 이상으로 자책하진 말자. 내가 나 자신을 해치게 두진 말자.뭐가 잘못됐던 걸까 하는 고민은 지침서를 바르게 수정할 만큼만 하자. 이랬어야 했나, 저랬어야 했나, 그런 생각에만 죽어라 매달리는건 도움이 안 된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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