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리는 그 또한 알아차린 것이 분명했다. 제이미 역시 그 사실을 알아챘는데 물론 그 행동 때문에 다시금 확신을 가진 모양인지 나를 품에 더 꼭 끌어안았다. 그렇게 나는 맞는 상대에게 잘못된 신호를 잘못된 방식으로 보내버렸다. 또, 또다시, 또다시 말이다. - P222
나는 커스터고등학교의 복도를 돌아다닐 때도, 수업 사이사이에도, 화장실에 갈 때도, 자습 시간에 사물함에 갈 때도 음악을 들었다. 고개를 숙이고 그 순간 듣는 노래에 온통 골몰한 채돌아다녔다. 때로는 마일스시티의 고등학교에 있는 동시에 완전히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10월의 어느 날 교무실 옆 모퉁이를 돌다가 코듀로이 바지에 값비싸 보이는 로퍼를 신은 한 여자아이와 부딪쳤던 순간에도 그랬다. 미안합니다. 하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었더니 눈앞에 있는 것은 바로 아이린 클로슨이었다. - P162
나는 돌멩이를 꺼내 손가락 위에서 굴려보았다. 주머니에 있다가 나와 따뜻했고 표면의 어떤 곳은 유리처럼 매끈했지만 사포처럼 거칠거칠한 면도 있었다. 잠시 입 안에 넣고 혀 위에 얹힌 형석의 무게를 느끼고, 이와 부딪치는 소리를 들어보았다. 과학실과 마찬가지로 쇠와 흙 내음이 났다. 영화를 보는 둥 마는둥 하다가 언제나 그렇듯 제자리에 도사리고 있던 인형의 집에눈길이 머무르는 순간에도 형석 조각은 여전히 내 입 안, 입천장에 닿아 있었다. 인형의 집 안에서 내가 마음속으로 도서관이라고 정한 방의 벽난로 위에 형석 조각을 붙이면 예쁠 거라는 어쩌면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가만히 기다리거나 그러면 어떨지 더 생각해보는 대신 일어나서 책상을 한참이나 뒤져 작은 강력 접착제 튜브를 찾았고, 글렌 클로스가 길길이 날뛰는 소리를 배경 삼아 형석을 벽난로 위에 붙여버렸다. - P105
여름방학, 루트 비어, 훔친 풍선껌, 도둑 키스. 열두 살짜리치고는 몹시도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고 있었던, 어지간한 것들은 다 알고, 모르는건 기다리기만 하면 어렵잖게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무엇보다도 내 곁에 언제나 아이린도 함께 기다리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 P42
부모님이 돌아가신 그날 오후에 나는 아이린 클로슨과 함께상점을 털고 있었다.그 전날 엄마와 아빠는 매년 여름 그랬듯이 퀘이크 호수로 캠핑 여행을 떠났고, 빌링스에 살던 할머니가 우리 집에 나를 돌봐주러 왔는데 조금 졸랐더니 아이린이 자고 가도 된다고 허락했다. "캐머런, 허튼 장난치기에는 날씨가 너무 덥다." 할머니는 허락하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우리 여자들은 여자들만의시간이 필요한 법이지." - P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