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여름 1
에밀리 M. 댄포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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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멩이를 꺼내 손가락 위에서 굴려보았다. 주머니에 있다가 나와 따뜻했고 표면의 어떤 곳은 유리처럼 매끈했지만 사포처럼 거칠거칠한 면도 있었다. 잠시 입 안에 넣고 혀 위에 얹힌 형석의 무게를 느끼고, 이와 부딪치는 소리를 들어보았다. 과학실과 마찬가지로 쇠와 흙 내음이 났다. 영화를 보는 둥 마는둥 하다가 언제나 그렇듯 제자리에 도사리고 있던 인형의 집에눈길이 머무르는 순간에도 형석 조각은 여전히 내 입 안, 입천장에 닿아 있었다. 인형의 집 안에서 내가 마음속으로 도서관이라고 정한 방의 벽난로 위에 형석 조각을 붙이면 예쁠 거라는 어쩌면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가만히 기다리거나 그러면 어떨지 더 생각해보는 대신 일어나서 책상을 한참이나 뒤져 작은 강력 접착제 튜브를 찾았고, 글렌 클로스가 길길이 날뛰는 소리를 배경 삼아 형석을 벽난로 위에 붙여버렸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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