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스터고등학교의 복도를 돌아다닐 때도, 수업 사이사이에도, 화장실에 갈 때도, 자습 시간에 사물함에 갈 때도 음악을 들었다. 고개를 숙이고 그 순간 듣는 노래에 온통 골몰한 채돌아다녔다. 때로는 마일스시티의 고등학교에 있는 동시에 완전히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10월의 어느 날 교무실 옆 모퉁이를 돌다가 코듀로이 바지에 값비싸 보이는 로퍼를 신은 한 여자아이와 부딪쳤던 순간에도 그랬다. 미안합니다. 하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었더니 눈앞에 있는 것은 바로 아이린 클로슨이었다. - P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