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이해한 순간 나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깨끗한 한 문장이 떠올랐다. 나는 외부인이라는 것. 소속될 곳을 찾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끝끝내 인정해야 했다.
나는 그들의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도무지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될 순 없었다. 함께 있던 사람들과 같은 감각과 생각을 공유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나는 어디서나 이방인이었다. 타바콕, 와인 크루, 태봉읍 귀촌에서 만난 사람들과 있을 때도 그랬고, 심지어는 유진이나 가족과 있을 때도마찬가지였다. 도리어 같은 결을 공유했던 사람은 양미주였다. 아. 나는 고개를 들었다. 눈물이 나왔다. 여기서 눈물이 나온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자격이 없는 것 같아서 더 깊이 삼켰다. 번데기의 부화가 이렇게까지 위험할 줄은 몰랐다고 합리화한다고 해도, 여전히 나의 잘못이었다. 그녀는 살았을까.
도망갔으면 좋겠다. 개들을 데리고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나를 사냥하러 온다고 할지라도. 이제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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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개인적인 일이죠."
‘사람사는 세상에 개인적인 건 없죠."
그녀가 말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고. 인간은 자연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고. 자연을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인간이라고. 알 수 없는 말들 뒤에 15년 전 양미주가 태봉읍에 오게 된 이야기를 해주었다. 신정수의 말대로 양미주는 남편을 잃은 뒤, 아픔을 치유하고자 환상을 품고 태봉읍에 왔다.
소담한 시골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다보면 마음의 상처가 자연히 나아질 것 같다는 동화 같은, 아니 영화 같은, 그것도 아니면 신화 같은 상상을 가지고서. 그것은 미디어의 영향이기도 했다. 평생 도시에서 나고 자란 그녀가 아는 촌이란 이따금 떠난 여행에서 만난 이미지와 예능프로그램에서 잘 편집되어 가꾸어진 모습들뿐이었으니. 그렇게 며칠, 몇 달이 지나자 양미주는 여자 혼자 귀촌을 한다는것이 생각보다 많은 준비와 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ㅂ기기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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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경혜는 그제야자신이 저질러온 일들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알 것 같았다. 그녀는 떨어진 사과를 붙잡고 엉엉 울었다. 농장 아저씨가 대체무슨 일이냐고 놀라 헐레벌떡 달려왔다. 다른 관광객들이 돌아가고도 오경혜는 농장을 나서지 못했고, 착한 농장 아저씨부부는 오경혜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경혜는 처음으로 모든 말들을 남김없이 다 할 수 있었다. 농장 부부는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았다. 그저 오경혜에게말했다. 자연의 품에 기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땅은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해줄 테니까.
사과를 한아름 들고 농장을 나온 오경혜는 앞으로도 사과는영원히 먹을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농장 부부처럼 작물을 심으며 매번 새로이 피어나는 것들을 보면서 살고 싶어졌다. 그래서 농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서울에서 끌고 온 빛들에다가 청창농 대출까지 끌어서 태봉읍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와서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피어날 용기는 없었다. 그녀는여기서 뭔가가 되어야만 했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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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뭘 그러나? 정소율 씨처럼 생각하는 빵충도 많어요. 착해빠져서 굶어 죽는 놈. 그게 대부분이지. 꾸역꾸역 살겠다고 가족이나 친구의 살에 이빨을 박아 넣고 살아남는 놈?
드물지. 그래서 이 자이언트 빵충이 비싼 거고, 생존이란 게다 그렇지. 손톱이건 발톱이건 휘두르는 놈이 이기는 거. 안그래요?"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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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이라도 한심하지 않게 살아보고 싶었지만 군중 밖으로 나옴과 동시에 미끄러져 인도 바닥에 얼굴을 박았다. 이건 내가 생각한 제대로 된 삶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밟혀 죽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일어서는 것이 중요했다. 바닥에 흩뿌려진 캡사이신 액이 눈에 들어갔는지 도무지 떠지지 않았다. 눈물이 났다. 누구라도 붙잡고 일어서고 싶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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