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의점, 대체 뭐지? 꽃미남 점원으로 사람을 유인할 때는 언제고, 괴물 같은 할아버지한테 쫓겨나다니 당최 뭐가어떻게 된 거야! 피피엔느호를 세워 둔 주차장까지 전력 질주했다. 뛰어가는 도중에도 머릿속으로 언제 또 여기에 올지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 P15
아기 때부터 이십대 중반에 혼자 살기 시작할 때까지, 거의 매일동네 목욕탕에 다녔습니다. 제가 살던 단지는 집에 욕실이 없었기때문입니다.매일매일, 남들과 함께 목욕합니다. 동네 어른들과 동네 아이들.나도 그들의 알몸을 보고 그들도 내 알몸을 봅니다. 알몸을 보이기싫던 시기에도, 어른들과 얘기하기 싫던 반항기 때도, 날마다 목욕탕에 갑니다. 스스로를 들볶던 자잘한 괴로움.집에 욕실이 있으면 좋을 텐데. - P132
대단한 회원제 클럽의 선배라도 되는 듯한 분위기다.미니 로커 이용자들에게는 한편이라는 조촐한 연대감 같은 게있었다. 오랫동안 욕실 없는 집에 살고 있다는 동지 의식. 그래도이런 소소한 기쁨도 있잖아요, 하는 격려라면 격려랄 수도 있던・・・・・・ 미니 로커 아니었을까. - P100
동네 목욕탕 탈의실에서 가지가지 음료수를 마시면서 어른이됐지만 물론 매일 밤 마시지는 않았다. 오늘은 됐어, 하고 참은날도 있다. 건강을 염려해서가 아니라 부모님 지갑 사정을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어떤 의미로는 돌고 돌아 내 몸을 생각한 결과가 됐나? - P71
목욕물 온도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마침맞게 좋다는 뜻인걸 나중에 절로 알게 됐지만, 어린 나한테는 어른들이 말하는 마침좋은 물이 어쩐지 맛을 나타내는 말처럼 들렸다. ‘마침 좋은 물‘은‘맛 좋은 물‘의 이미지. 그 인사를 듣고 욕조에 몸을 담그면 ‘푹 끓인 맛있는 국물‘이 떠올라 꼭 냄비 속에 들어앉은 기분이었다.어른들의 그런 인사법이 부러웠다. ‘물이 마침 좋던데요‘도 그랬지만 ‘어머, 오늘은 전원 모이셨네‘라든가 ‘먼저 가요~‘ 같은 인사.그때그때 다채로운 버전이 있어 유쾌해 보인다. 무엇보다 우리 같은 아이들이 구사하는 인사라고 해야 ‘안녕하세요‘와 ‘안녕히 주무세요‘뿐이고 더욱이 상대가 어른일 때만 가능한 대사였다. 학교 친구를 목욕탕에서 만나도 ‘안녕‘이나 ‘잘 자‘라고 하기는 어쩐지 쑥스러우니, 초등학생용 인사말은 없는 셈이었다.언젠가 아줌마가 되면 나도 목욕탕에서 그런 인사를 하고 싶었다. - P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