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물 온도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마침맞게 좋다는 뜻인걸 나중에 절로 알게 됐지만, 어린 나한테는 어른들이 말하는 마침좋은 물이 어쩐지 맛을 나타내는 말처럼 들렸다. ‘마침 좋은 물‘은
‘맛 좋은 물‘의 이미지. 그 인사를 듣고 욕조에 몸을 담그면 ‘푹 끓인 맛있는 국물‘이 떠올라 꼭 냄비 속에 들어앉은 기분이었다.
어른들의 그런 인사법이 부러웠다. ‘물이 마침 좋던데요‘도 그랬지만 ‘어머, 오늘은 전원 모이셨네‘라든가 ‘먼저 가요~‘ 같은 인사.
그때그때 다채로운 버전이 있어 유쾌해 보인다. 무엇보다 우리 같은 아이들이 구사하는 인사라고 해야 ‘안녕하세요‘와 ‘안녕히 주무세요‘뿐이고 더욱이 상대가 어른일 때만 가능한 대사였다. 학교 친구를 목욕탕에서 만나도 ‘안녕‘이나 ‘잘 자‘라고 하기는 어쩐지 쑥스러우니, 초등학생용 인사말은 없는 셈이었다.
언젠가 아줌마가 되면 나도 목욕탕에서 그런 인사를 하고 싶었다. - P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