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호 책은 꽤 읽었는데,
이 책은 괜히 손이 가지 않아서
(제목이 단속이라니...쩝 듣기만 해도 답답하다)
10년 정도 가지고 있다가
올해 2월에 짬이 나서 읽다가
또 멈추고...
오늘에서야 다 읽었다.
엄기호의 글은 사유하게 만들고,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성찰하게 만든다.
그런데, 막 잘 읽히지는 않아서
손이 선뜻 가지는 않네...
나도 점점 생각하는 것을 귀찮아하고 있는 것 같다. 큰일이야...ㅠㅠ
20250428
내가 누군가를 비웃거나 조롱할 때마다 사람들은 당황했다.나는 사람들이 나를 보며 당황하는 게 좋았다.나를 ‘배려‘하면서 자의식을 공고히 하려는 사람들을 마주하면 짜증이 났다. 배려받을 사람과 배려받지 못할 사람을 구분할자격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 사람들. 나를 싫어하는 순간, 그들은 생존자를 싫어하는, 고작 그런 사람이 된다. - P13
이 이야기를 전해주며 교사는 어느 순간부터 "그냥요"라고말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 아니 나아가 인간의 삶‘이 보였다고 했다. "우리 모두는 사실 그냥 살잖아요. 무의미를 견디면서요. 그런데 왜 우리는 유독 학생들에게는 의미를 강요할까요?" - P274
사람이 내적으로 성숙하기 위해 세계와 불화해야 하는 이유가여기에 있다. 순응을 통해서는 내가 나일 수 없으며 진정한 자기자신이 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성을 추구하는과정은 필연적으로 세계와의 불화를 수반한다.23 자신의 진정성을방해하는 세계와 불화하지 않으면서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계와의 불화가 언어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질문이다.세계에 대해 ‘왜‘라고 질문하는 것 혹은 상대에 대해 ‘아니오‘라고말할 수 있는 것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근대적 주체로서의 인간이된다. - P136
아파트에서 집과 집을 나누는 것은 빈 공간이 아니라 ‘선‘이다.아파트라는 집은 외부가 없다. 외부가 없는 집, 그 집을 어떻게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그건 집이 아니라 ‘방‘일 뿐이다. 아파트는수백개의 방으로 나뉘어 있고, 그 방 중에서 내가 서너개의 방을소유하며 그걸 ‘내 집‘이라고 부르고 있을 뿐이다. 결국 아파트는그 자체로 거대한 하나의 ‘집‘이다. 같은 집에 사는 사람을 우리는‘이웃‘이라 부르지 않는다. 가족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에서 온 이웃‘이 아니라 ‘지옥 안에 살고 있는 한가족‘인 셈이다. 가족 내 관계에서 다툼이 부모·형제끼리 서로 더 잘 알고자 하다가 여의치 않아 섭섭해하여 벌어진다면, 이웃과의 다툼은 알고 싶지 않은데도 알게 됨으로써 벌어진다. 몰라야하는 이웃끼리 아는 것이 너무 많아졌다. 가족은 밀쳐지고, 이웃은당겨졌다. 그 바람에 가족이 해체되는 이때에 이웃이 난데없는 ‘가족‘으로 등장했다. - P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