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가장 싫습니까?공용 얼음틀에 콜라 얼음, 커피 얼음을 얼려놓는 사람.20여 개의 텀블러 보유, 공용 싱크대에 안 씻은 텀블러를늘어놓는 자칭 환경 운동가.정수기 옆에 사용한 종이컵을 버리지 않고 쌓아두는 사람.인기 많은 커피믹스를 잔뜩 집어다 자기 자리에 모아두는 사람.공용 전자레인지의 코드를 뽑고 무선 헤드셋을 충전하는 사람.탕비실에서 중얼중얼 혼잣말하는 사람.공용 냉장고에 케이크 박스를 몇 개씩 꽉꽉 넣어두고 집에 가져가지 않는 사람.공용 싱크대에서 아침마다 벼락같은 소리를 내면서가글하는 사람.이들과 함께 탕비실을 쓴다고 상상해보십시오.누가 가장 싫습니까? - P7
명을 왜 사랑했을까. 하늘색 캔버스 운동화 때문에. 청록의롱스커트 때문에. 그윽한 미소 때문에 희고 긴 손가락 때문에. 하이네켄 때문에. 나보코프와 보니것 때문에. 그녀가 다름아닌 명이었기 때문에. - P149
"집에 하나가 있는 게 좋아. 한밤중에 컴퓨터 방에 혼자 있으면 하나가 스윽 들어와서 책상 위에 가만히 앉아 있을 때가있어. 간식 달라는 것도 아니고 놀아달라는 것도 아니야. 그냥가만히 앉아서 나를 보는 거야. 그럴 때 눈을 마주치고 있으면뭔가 아주 사소하고 약간 따뜻한 얘기를 나누는 기분이 들어." - P128
태주는 또, 황망했겠어요. 말하려다가 말을 삼켰다. 한편으로는 클리셰 같아서 진부하고 한편으로는 문어체적이라 거리감이 있어서였다. 그때 명이 툭 던지듯 말했다."황망했어요. 그때 참."태주는 살짝 놀랐다. 생각은 언어로 이루어진다. 특정 상황에서 같은 단어를 떠올리는 것은 생각의 경로가 감정의 경로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명의 언어는 태주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 같은 집의, 같은 세계의 인간인 것이다. - P111
태주는 또, 황망했겠어요, 말하려다가 말을 삼켰다. 한편으로는 클리셰 같아서 진부하고 한편으로는 문어체적이라 거리감이 있어서였다. 그때 명이 툭 던지듯 말했다."황망했어요. 그때 참."태주는 살짝 놀랐다. 생각은 언어로 이루어진다. 특정 상황에서 같은 단어를 떠올리는 것은 생각의 경로가 감정의 경로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명의 언어는 태주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 같은 집의, 같은 세계의 인간인 것이다. - P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