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라는 화제는 장난처럼 시작됐지만, 그날 고모는 내내 진지했고 조금은 절박해 보이기까지 했다. 서군을 처음 만난 날부터그의 원고와 관련된 사건들, 대전교도소 앞까지 갔다가 되돌아온일과 오랜 시간 뒤에 거짓말처럼 걸려왔던 한통의 전화까지, 고모는 마치 훼손되어가는 기억을 안전한 시험관에 담아 보관하고 싶다는 듯 서군과 관계된 모든 일을 쉬지 않고 내게 쏟아냈다. 믿어지니? 긴 이야기의 끝에서 고모가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렇게나 늙고 병들었는데도,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있는 곳은 여전히그 봄밤의 태영음반사야 - P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