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 (리커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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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겠습니다.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던 사람이 있었다. 이쪽으로 등을돌려댄 채로그것이 돌아오지 말라는 뜻인지 아니면 당연히 돌아올 것을 유난스럽게 굴지 말라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차마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다녀오지 못한다는 건 결국 일이실패했음을 의미하니 그쪽이 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론 다녀오지 못할 각오로 일하라는 뜻도 되겠으나 그 사람 생각이 어떻든 간에 그녀로선 다녀-반드시오겠다는 말이야말로 성공적으로 일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는 데 도움됐으므로 그 인사를 포기할 수없었고, 나중에는 등을 바라보면서 소리를 죽이고 입 모양으로만 말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러면 분명 소리를내지 않았는데도 신기하게 그는 여전히 이쪽을 보지 않은채로 다시 한번 손사래를 쳤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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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한권단이어서 4월에 '빛의 호위' 단편은 그 때 읽고, 


틈틈이 한 편 씩 시간 날 때마다 읽어서 


오늘에서야 9편의 단편을 모두 읽었다. 


한 편은 잘 읽히지만, 


읽고 나면 생각이 많아져 


다음 편이 선뜻 손에 잡히지 않는 소설집이었다. 



다른 이야기지만 하나같이 자신의 뿌리를 찾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떠돌이 삶을 살면서 자신의 뿌리를 찾는 이야기.


사람에게 뿌리는 보이지 않지만 


너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자신이 위태롭거나 외로운 때면 찾을 수밖에 없나 보다. 


2025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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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리커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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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옷은 터무니없이 비싸다던데 그걸론•모자라지나 않았을까. 아이의 뺨과 귀 사이에 난 작고 귀여운 점을 보고 조각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걸린다. 아이의팽팽한 뺨에 우주의 입자가 퍼져 있다. 한 존재 안에 수렴된시간들, 응축된 언어들이 아이의 몸에서 리듬을 입고 튕겨나온다. 누가 꼭 그래야 한다고 정한 게 아닌데도, 손주를 가겨본 적 없는 노부인이라도 어린 소녀를 보면 자연히 이런감정이 심장에 고이는 걸까. 바다를 동경하는 사람이 바닷가에 살지 않는 사람뿐인 것처럼. 손 닿지 않는 존재에 대한정의로 채워지지 않는 감각을 향한 대상화.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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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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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구르는 마른 낙엽 같은 인간들이라도 너 자신의모든 역량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려서 상대해.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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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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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얼굴에 드러나는 사람은 이거 오래 못 해. 그것이분노가 되었든, 거짓말에서 비롯한 긴장이나 후회가 되었든.
상관없어. 특히 모욕을 견디는 일이 제일 중요하지. 왜냐면너는 여자고, 그만큼 현장에서 모욕을 아무렇지 않게 넘겨야 할 일이 많을 테니까.
그러더니 류는 무방비 상태의 그녀 얼굴에 다짜고짜 무거운 유리 재떨이를 날렸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피했지만 예고는커녕 낌새도 없었던 일이라 그것이 머리카락 끝부분을스쳐 벽에 날아가 박살 난 파편에 얼굴을 긁히는 것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여기서 피하면 안 된다고. 아무 때나 까지른다고 반사 신경이 좋은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상황을 파악하는능력이지. 이게 만일 목표물이 제 분을 못 이기고 던진 거라면 어떡할 건데? 이때는 그냥 이마에 맞아야 한다는 걸 빨리알아차리는 것. 보란 듯이 피하면 목표물이 팔푼이여도 의서 식은 죽 먹기라고 팔랑팔랑 덤비다간 쓰지 않은 힘의 양만큼 너에게 되돌아올 테니까. 그것들이 내 명줄하고 돈줄을 쥐고 있는 고객이라고 생각해봐.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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