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만약에‘. 그 한마디면 된다니까.만약에………. - P111
"나중에 어떻게 살 거냐고, 그렇게 걱정하는 것도 맞아. 얼마 전에 누가 나한테도 비슷한 말을 했거든. 어제, 오늘, 이번 주 금요일, 토요일 오후, 몇 년, 몇 월, 며칠, 몇 시……. 너는 언제 짠, 하고달라지는 거냐고. 그걸 알면 달력에 동그라미 치고 알람 설정도해 놓겠지. 근데 그런 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내 말은, 오늘을 즐겁게 사는 것도 나중만큼 중요하다는 거야." - P90
노을을 등진 할머니의 모습은 언제나 어스름한 실루엣이다. 프랑스의 재무 장관이었던 실루엣 씨는 엄청난 구두쇠라서, 윤곽선만 갖추면 초상화가 다 된 것 아니겠냐며 물감조차 아까워했다지, 실루엣 씨랑 할머니가 만나면 죽이 잘 맞을 텐데. 할머니도 늘‘세상에 났으면 밥값을 해야 한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사니까.도대체 밥값이란 건 뭐길래 아끼면 아낄수록 더 버거워지는 걸까? 한 사람이 세상에 나서 먹는 밥값을 다 셈하면 그게 그 사람의 인생값일까? - P43
"글쎄, 난 여기서도 충분히 멋진 휴가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네만 악마는 가난을 좋아하거든. 그런 말이 있지. ‘악마는 부잣집에도 찾아가지만 가난한 집에는 두 번 찾아간다." - P40
존재하는 사람은 때때로 잊히지만 존재했는지조차 의문인 사람은 오래 기억된다. 상당히 의심스럽지만 한때 세상에는 다섯개의 빵과 두 마리의 물고기로 오천 명을 먹인 성인이 있었다고한다. 십자가에 못 박혔다가 사흘 만에 부활한 그는 툴툴거리는인간들을 떠났고, 세상은 기묘한 저울이 되어 시소 놀이를 하듯기우뚱거렸다. 세상의 한쪽엔 가난과 굶주림, 다른 한쪽엔 신용카드와 고칼로리 빵, 그리고 그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는 사람들.다섯 개의 빵과 두 마리의 물고기로 기적을 보였다는 그가 지금여기 있다면 세상은 좀 달랐을까. - P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