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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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외출하기 위해 남들보다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사람이 있어요. 하지만 준비를 한다고 나갈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의지나 실력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끝내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요.
어렵거든요. 도움이 없으면 갈 수 없는 길들이 많으니까요. 누구는 쉽게 수술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그 수술은 누군가에게 불가능과 같은 비용이거든요. 그리고 또 그 사람은 우리와 같은 온전한 두 다리를 갖고 싶은 게 아니에요. 다리는 형체죠. 진정으로 가지고 싶은 건 자유로움이에요. 가고자 한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요. 자유를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한 게아니라 아주 잘 만들어진, 오르지 못하고 넘지 못하는 것이 없는바퀴만 있으면 돼요. 문명이 계단을 없앨 수 없다면 계단을 오르는 바퀴를 만들면 되잖아요. 기술은 그러기 위해 발전하는 거니까요. 나약한 자를 보조하는 게 아니라, 이미 강한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연재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마지막 문장까지 무사히 내뱉었다.
"인류 발전의 가장 큰 발명이 됐던 바퀴도, 다시 한 번 모양을바꿀 때가 왔다고 생각해요. 바퀴가 고대 인류를 아주 먼 곳까지빠르게 데려다줬다면 현 인류에게도 그렇게 해줄 거라고 믿어요."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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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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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인간의 불행은 모르는 척하고 싶다고 했지?"
"네, 그랬죠."
"그럼 지금도 내 대답은 듣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왜죠? 당신이 모르는 척했던 불행 이야기를 하는 거잖아요"
"그게 실은 내 불행이기도 하니까."
콜리는 이해할 수 없었다.
"가족들의 불행을 마주 본다는 건 내가 외면했던 내 불행을마주 보는 거랑 같거든."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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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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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딘가 달라 보이네요. 피부가 푸석하고 피곤해 보여요. 집에서 쉬는 게 적절한 조치일 것 같아요. 인간은 아프면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다고 들었어요."
보경은 순간, 속에서 왈칵 올라온 감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그게 어떤 감정인지 일부러 들춰보지 않았다. 밖에서 연재가 콜리를 불렀다. 콜리는 꾸벅 고개를 숙이며 다녀오겠다고 말하고는 느긋한 보폭으로 현관을 나섰다. 딸들도 알아차리지 못하는보경의 상태를 콜리가 알아봤다. 통계에 의한 상황 판단일 뿐이겠지만 쉬라는 이야기를 타인에게서 들은 것이 실로 오랜만이었다. 정확히 따지자면 타인‘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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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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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어떤 건지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요?"
보경은 콜리의 질문을 받자마자 깊은 생각에 빠졌다. 콜리는이가 나간 컵에서 식어가는 커피를 쳐다보며 보경의 말을 기다렸다.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 거야."
보경은 콜리가 아닌 주방에 난 창을 쳐다보며 말했다.
"문득문득 생각나지만 그때마다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그래서 마음에 가지고 있는 덩어리를 하나씩 떼어내는 거지. 다 사라질때까지."
"마음을 떼어낸다는 게 가능한가요? 그러다 죽어요."
"응. 이러다 나도 죽겠지, 죽으면 다 그만이지, 하면서 사는거지."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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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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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걸 선의라고 생각했다. 은혜가 ‘알아요‘라고 차갑게 말하거나 대꾸하지 않으면 자신의 선의를 무시한 못된 인간이 된다. 그럼 곧장 인상을 찌푸리거나 대놓고 혀를 차는 경우도있었다. 웃어야 한다. 사람들이 은혜에게 바라는 건 어떤 불굴의상황도 웃음으로 이겨내는 긍정의 힘이었다. 은혜는 사람들이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그렇지만 은혜는 그렇게호락호락 그들 삶의 위안과 희망이 되고 싶지 않았다. 본인 인생은 본인이 알아서 보듬으세요. 가끔은 마이크 잡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다행히 집에 돌아올 때는 혼자 오지 않았다. 주원과 함께 왔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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