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냉장고에 옥수수수염차 넣어뒀어요.출근하며 가져가세요. 더울 때 속상할 때 드시면 좋대요.남은 하나는 깍두기 민규 차지였다. 그 여름밤, 민규는 옥수수수염차를 마시며 도서관에서 빌려 온 소설책을 읽었다. 여름밤은 길고 이야기는 재미있었고 속은 편했다. - P162
"여기서 잘하는 일은 특기야. 하고 싶은 일은 꿈이고.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은 직업이라고 하자. 이것에 모두 해당하는 교집합이 있을 거란 말이야, 그 교집합을 찾으면 돼. 그러니까 특기가 꿈이고그게 직업이 돼서 돈도 벌면 최곤거지." - P144
세상은 불공평하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아빠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빠는 비 오는 날만 아니면 늘 현장에 나가지만 버는 돈은 그리 많지 않다. 하청 받는 오야지 밑에서 일하는 잡부여서 그렇다고하는데…………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아빠는 늘 그 사람들 욕을 한다. 치사하고 더럽다고. 그리고 뒤이어 꼭 이 말이 이어진다.민규, 너 인마 공부 열심히 해. 공부 못하면 나처럼 여름에 더운 데서 일하고 겨울에 추운 데서 일하는 거야. - P125
753,452원.모니터 화면에 뜬 현재 통장 잔고이자 전 재산을 바라보자니 소진은 한숨도 나오지 않았다. 숨이 막히는데 숨을 어떻게 뱉을까. 당장 이번 달 지출을 생각해보았다. 원룸 월세 50만 원, 관리비 3만원, 학자금 대출 상환 17만 원, 통신비 5만 원 플러스마이너스 알파, 실비보험 6만 8천 원・・・・・…. 이것만으로도 이미 잔고를 넘어섰다. 정말이지 숨만 쉬어도 한 달에 80만 원 넘게 드는 서울살이에소진은 진저리가 쳐졌다. 정말이지 ‘서울살이‘가 아니라 ‘서울 살인‘이다. - P46
부드러운 것은 쉽게 사라진다. 첫눈, 미소, 할머니, 인생의 봄. 왔다가 금세 가는 것. 생각을 하고 있으면 이런생각을 내가 했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생각하고, 생각을 생각한다. 생각은 사건 후에 온다. 시간이 지난후, 그때를 기억한 마음에 결정처럼 내려앉는 것. 다마네기처럼 내가 미끄러워서, 내 존재가 미끄러워 사랑하는사람을 붙잡아두지 못하는 걸까 고민한 적이 있다. - P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