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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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이들 앞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구나. 어쨌든 그들이 있어서 인류의 명맥이 이어지긴 했으니까. 세계가 망했으면 좋겠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속 편한 소리지. 정말로 세계가망한 와중에 살아남은 사람으로서는 할 자격이 없는 말이야."
"괜찮아요.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자고 일어난 사이에 세상이 끝나버렸으면 좋겠다고요."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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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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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에서 가장 긴 3초를 보냈다. 기수방에 우두커니 앉아 있을 때보다 더 길고긴, 충분히 모든 나날을 되짚을 수 있을정도의 아주 긴 시간을나의 최후다. 엉덩이부터 상체까지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으나고통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고 맑은 하늘이 보였을 뿐이었다.
나는 세상을 처음 마주쳤을 때 천 개의 단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천 개의 단어로 다 표현하지 못할, 천 개의 단어보다 더무겁고 커다란 몇 사람의 이름을 알았다. 더 많은 단어를 알았더라면 나는 마지막 순간 그들을 무엇으로 표현했을까. 그리움, 따뜻함, 서글픔 정도를 적절히 섞은 단어가 세상에 있던가.
천 개의 단어만으로 이루어진 짧은 삶을 살았지만 처음 세상을 바라보며 단어를 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천개의 단어는 모두 하늘 같은 느낌이었다. 좌절이나 시련, 슬픔,
당신도 알고 있는 모든 단어들이 전부 다 천 개의 파랑이었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파랑파랑하고 눈부신 하늘이었다.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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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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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외출하기 위해 남들보다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사람이 있어요. 하지만 준비를 한다고 나갈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의지나 실력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끝내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요.
어렵거든요. 도움이 없으면 갈 수 없는 길들이 많으니까요. 누구는 쉽게 수술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그 수술은 누군가에게 불가능과 같은 비용이거든요. 그리고 또 그 사람은 우리와 같은 온전한 두 다리를 갖고 싶은 게 아니에요. 다리는 형체죠. 진정으로 가지고 싶은 건 자유로움이에요. 가고자 한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요. 자유를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한 게아니라 아주 잘 만들어진, 오르지 못하고 넘지 못하는 것이 없는바퀴만 있으면 돼요. 문명이 계단을 없앨 수 없다면 계단을 오르는 바퀴를 만들면 되잖아요. 기술은 그러기 위해 발전하는 거니까요. 나약한 자를 보조하는 게 아니라, 이미 강한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연재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마지막 문장까지 무사히 내뱉었다.
"인류 발전의 가장 큰 발명이 됐던 바퀴도, 다시 한 번 모양을바꿀 때가 왔다고 생각해요. 바퀴가 고대 인류를 아주 먼 곳까지빠르게 데려다줬다면 현 인류에게도 그렇게 해줄 거라고 믿어요."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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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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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인간의 불행은 모르는 척하고 싶다고 했지?"
"네, 그랬죠."
"그럼 지금도 내 대답은 듣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왜죠? 당신이 모르는 척했던 불행 이야기를 하는 거잖아요"
"그게 실은 내 불행이기도 하니까."
콜리는 이해할 수 없었다.
"가족들의 불행을 마주 본다는 건 내가 외면했던 내 불행을마주 보는 거랑 같거든."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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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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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딘가 달라 보이네요. 피부가 푸석하고 피곤해 보여요. 집에서 쉬는 게 적절한 조치일 것 같아요. 인간은 아프면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다고 들었어요."
보경은 순간, 속에서 왈칵 올라온 감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그게 어떤 감정인지 일부러 들춰보지 않았다. 밖에서 연재가 콜리를 불렀다. 콜리는 꾸벅 고개를 숙이며 다녀오겠다고 말하고는 느긋한 보폭으로 현관을 나섰다. 딸들도 알아차리지 못하는보경의 상태를 콜리가 알아봤다. 통계에 의한 상황 판단일 뿐이겠지만 쉬라는 이야기를 타인에게서 들은 것이 실로 오랜만이었다. 정확히 따지자면 타인‘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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