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머리 빗겨줘. 계속 멈추지 마."
사람들 사이에 강이 생기면 그 강을 메우고 싶어 하는버릇이 이때 생겼다. 나는 할머니의 손, 머리를 쓰다듬는손길, 나를 향해 두런거리는 순한 농담들이 계속되길 바랐다. 할머니의 손길이 좋아서 내가 할머니의 슬픔을 감지한 걸 모른 척했다. 모른 척하기, 그건 수도 없이 해온일이다. 무언가를 들키는 순간 어른들은 쉽게 무너진다.
화를 내거나 고개를 파묻고 싶어 하고, 어느 때는 울기도 한다. 그런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어른들을 바로세우기 위해, 그들을 돌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모르는 척하기뿐이었다. - P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