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지긋지긋한 취업 준비를 끝낼 수 있게 해줘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매일 야근을 해도, 점심시간에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단 한 번도 먹지 못해도, 다 이해할 수 있었다. 회사를 다닐 수 있고, 따박따박 매달 월급이 입금되는 것만으로 다 괜찮았다. 어떻게든 하다보면 하나 언니 발끝쯤은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고작 몇 달 사이에 이토록 마음이 180도 달라질 수있다니. 회사가 화장실도 아니고, 들어올 때 마음과 눌러앉았을 때 마음이 다르다고 누군가 나에게 알려준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모든 것이 다 지겨워질 줄이야. 사람도 싫고, 사무실에 있는 볼펜 한 자루까지도 이제 다 징글징글하다. 세상사람들 모두 이런 시간을 버티며 하루를 산다는 게 믿기지않았다. 어떻게 하면 버틸 수 있을까. 모든 것들에 기대를 버려야 하는 걸까. 그렇게 기대하지 않으면 좀 나아지려나. - P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