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불쌍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유가 명확하게 있는 건 아니면서 한편으로는 모든 게 이유가되기도 한다.
비를 홀딱 맞으며 오토바이로 배달 중인 이의 젖은 양말이, 편의점 앞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이의 무거운 표정이, 잠들지 않는 아이를 안고 오래도록 방 안을 걸어 다니는 이의 무거운 어깨가, 끝나지 않는 일과 공부를 붙잡고 지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의 답답한 마음이, 가족을 위해 무거운 마음을 감추며 오늘을 견딘 이의 미소가.
갑자기 떠오르는 수많은 장면에 마음이 무너진다. 괜찮아질 거라는 뻔한 말이라도 건네고 싶은 밤. - P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