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여름 1
에밀리 M. 댄포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돌멩이를 꺼내 손가락 위에서 굴려보았다. 주머니에 있다가 나와 따뜻했고 표면의 어떤 곳은 유리처럼 매끈했지만 사포처럼 거칠거칠한 면도 있었다. 잠시 입 안에 넣고 혀 위에 얹힌 형석의 무게를 느끼고, 이와 부딪치는 소리를 들어보았다. 과학실과 마찬가지로 쇠와 흙 내음이 났다. 영화를 보는 둥 마는둥 하다가 언제나 그렇듯 제자리에 도사리고 있던 인형의 집에눈길이 머무르는 순간에도 형석 조각은 여전히 내 입 안, 입천장에 닿아 있었다. 인형의 집 안에서 내가 마음속으로 도서관이라고 정한 방의 벽난로 위에 형석 조각을 붙이면 예쁠 거라는 어쩌면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가만히 기다리거나 그러면 어떨지 더 생각해보는 대신 일어나서 책상을 한참이나 뒤져 작은 강력 접착제 튜브를 찾았고, 글렌 클로스가 길길이 날뛰는 소리를 배경 삼아 형석을 벽난로 위에 붙여버렸다. - P1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지지 않는 여름 1
에밀리 M. 댄포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름방학, 루트 비어, 훔친 풍선껌, 도둑 키스. 열두 살짜리치고는 몹시도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고 있었던, 어지간한 것들은 다 알고, 모르는건 기다리기만 하면 어렵잖게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무엇보다도 내 곁에 언제나 아이린도 함께 기다리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 P4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지지 않는 여름 1
에밀리 M. 댄포스 지음,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모님이 돌아가신 그날 오후에 나는 아이린 클로슨과 함께상점을 털고 있었다.
그 전날 엄마와 아빠는 매년 여름 그랬듯이 퀘이크 호수로 캠핑 여행을 떠났고, 빌링스에 살던 할머니가 우리 집에 나를 돌봐주러 왔는데 조금 졸랐더니 아이린이 자고 가도 된다고 허락했다. "캐머런, 허튼 장난치기에는 날씨가 너무 덥다." 할머니는 허락하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우리 여자들은 여자들만의시간이 필요한 법이지." - P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의 의식
미야베 미유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돈 몬도 알고 있어. ‘회귀자‘는 인간이 아니야. 죽은 인간과꼭 닮았고 비슷한 행동을 하지만 본인이 아니라고. 그저 복제품이지."
"그렇다면 왜."
조급하게 묻다 말고 지코가 멈칫한다. 자신의 물음이 규탄이아니라 순수한 의문에 가까운 걸 알아차렸으리라.
"돈 몬은 여기서 뭘 하는 거죠? 팔백이십이 구나 되는 ‘회귀자‘를 모아 마을을 만들고, 생전과 똑같은 생활을 재현해놓고?"
보안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몬 회장이 재현하는 건 팔백이십이 명의 인생이 아니야. 단 한 명의 인생이지." - P43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의 의식
미야베 미유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예언자‘라고, ‘철퇴의 유다‘는 선언했다. "기름 부음을받은 자‘의 도래를 기다리면서, 어린 양들을 그의 품으로 인도하는 자"라고.
‘기름 부음을 받은 자‘란 히브리어 직역으로 ‘메시아‘를 의미한다. 그런 종교적 잡학에 정의, 복수, 구제의 스토리를 얼버무려 철퇴의 유다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제물의 어린 양들을 구워삶았다. 혹은 장악했다. 이 경우는 어느 쪽이라도 똑같다. - P30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