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당연한 건 없었다.
한동안 지훈은 교정 곳곳에서 수빈을 보았다. 그는 자주 눈에 띄었다. 교실, 복도, 식당, 운동장, 체육관 등등. 지훈의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 박제된 채로 있었다. 살아 있을 땐 언제어디로 튈지 몰라 늘 조마조마하게 만들더니 죽고 나서는 예상가능하기 짝이 없었다. 지훈의 기억에 새겨진 모습 그대로나타나 조금도 다르게 행동하지 않았다.
죽음이란 그런 것이라고, 당시 지훈은 생각했다.
과거에서 한 치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미약한 숨 한 번을 더 못 뱉어, 세상에 입김 한 번을 더 못 흩날리는 것이라고.
스스로 어떤 미래를 꿈꿨든, 어떤 미래가 펼쳐질 수 있었든 죽음은 공평했다. 모두를 똑같이 과거에 못 박았다. - P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