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 창비교육 성장소설 12
안세화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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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상하게 죽음이 친절하다고 생각해. 먼 훗날,
천천히 찾아와 줄 거라고. 사실은 이미 굉장히 가까이 다가와 있을 수도 있는데………………"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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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 창비교육 성장소설 12
안세화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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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당연한 건 없었다.
한동안 지훈은 교정 곳곳에서 수빈을 보았다. 그는 자주 눈에 띄었다. 교실, 복도, 식당, 운동장, 체육관 등등. 지훈의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 박제된 채로 있었다. 살아 있을 땐 언제어디로 튈지 몰라 늘 조마조마하게 만들더니 죽고 나서는 예상가능하기 짝이 없었다. 지훈의 기억에 새겨진 모습 그대로나타나 조금도 다르게 행동하지 않았다.
죽음이란 그런 것이라고, 당시 지훈은 생각했다.
과거에서 한 치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미약한 숨 한 번을 더 못 뱉어, 세상에 입김 한 번을 더 못 흩날리는 것이라고.
스스로 어떤 미래를 꿈꿨든, 어떤 미래가 펼쳐질 수 있었든 죽음은 공평했다. 모두를 똑같이 과거에 못 박았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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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 창비교육 성장소설 12
안세화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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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나은 언니는 왜 마을을 떠났어요? 혹시 그 사고 때문이었어요?"
바우는 선선히 답했다.
"본인이 그렇다고 말한 적은 없지만, 맞을 거야. 그 사고 직후에 떠났으니까. 사고가 일어났던 순간에 나은이는 바로 그현장에 있었거든.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충격이 더 컸던 것같아. 그때 자신이 나서서 무언가를 했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있지 않았을까, 수빈이를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들 때문에. 그건 사실이 아닌데. 어떤 일은 아무도 잘못하지 않아도 그냥 벌어지는 법인데. 그 말을 해 주기 전에 그 애는 떠났어."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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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라이프 2
한야 야나기하라 지음, 권진아 옮김 / 시공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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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 일이 생각나요." 그는 듣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 일은 맬컴이 자기 일을 얼마나 진지하게 여겼는지, 늘 완벽하게 하려고, 대리석이건 합판이건 소재를 존중하려고 얼마나노력했는지를 정말 잘 보여줘요. 하지만 전 그 일이 또한 맬컴이 얼마나 공간을, 어떤 공간이든 존중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생각해요. 심지어 차이나타운의 끔찍하고 답도 없고 음울한 아파트조차도. 그런 공간도 존중받을 자격이 있었던 거죠.
또 그 일은 맬컴이 친구들을 얼마나 존중했는지, 우리 모두가자기가 우릴 위해 상상한 곳에서 사는 걸 얼마나 바랐는지를 잘보여줘요. 맬컴이 상상하는 그런 아름답고 활기찬 곳에서요."
그는 말을 멈췄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 건 하지만 끝까지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이야기는 그가 세면대 밑에서 붓과 페인트를 가져오려고 화장실에 갔다가 엿들은 이야기였다.
윌럼이 책장을 다시 제자리로 들어 옮기는 일을 가지고 불평하자, 맬컴은 말했다. "이 책장을 이대로 내버려두면 주드가 걸려서 넘어질 수도 있다고, 윌럼."맬컴은 속삭였다. "넌 그러고 싶어?"
"아니." 윌럼이 말하더니, 잠시 있다가 부끄러운 듯이 말했다.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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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 창비교육 성장소설 12
안세화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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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인생이지 않아?"
슬그머니 소란의 불씨를 지펴 놓고 어느새 본인은 쏙 빠져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던 세미가 간만에 목소리를 내었다. 은호와 도희는 반사적으로 세미를 보았다. 하지만세미는 그들을 보지 않고, 사람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떠난지 오래됐지만, 아직도 모두를 저렇게 웃게 만들고 있잖아."
그렇게 말하는 세미 역시 웃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수빈에 대해 즐겁게 떠드는 사람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짓고 있었다. 은호와 도희는 그런 세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잠시 뒤, 세미가 천천히 두 사람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생긋, 조금 전보다 밝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수빈이는 잘 살았어. 너희는 그것만 기억하고 떠나면 돼."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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