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인생이지 않아?"
슬그머니 소란의 불씨를 지펴 놓고 어느새 본인은 쏙 빠져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던 세미가 간만에 목소리를 내었다. 은호와 도희는 반사적으로 세미를 보았다. 하지만세미는 그들을 보지 않고, 사람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떠난지 오래됐지만, 아직도 모두를 저렇게 웃게 만들고 있잖아."
그렇게 말하는 세미 역시 웃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수빈에 대해 즐겁게 떠드는 사람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짓고 있었다. 은호와 도희는 그런 세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잠시 뒤, 세미가 천천히 두 사람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생긋, 조금 전보다 밝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수빈이는 잘 살았어. 너희는 그것만 기억하고 떠나면 돼." - P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