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녀석과 눈을 맞대던 바로 그때 나는 또 다른 소리를 들었다.울음소리였다. 처음엔 녀석이 내는 소리인가 했다. 아니었다. 내 머릿속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아마도 살고 싶어 하는 내 욕망이 내는소리였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내는 소리였을 것이다. 너무나 명백해서 어찌해볼 여지가 없는 내 운명에 대한 분노의 소리였을 것이다. - P173
어쩌면 그때 내가 둘러멘 남자는 제이가 아니라 승주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무의식 속에서 그랬을 거라는 얘기다. 그게 아니고는 내 안에서 폭발한 불가사의한 힘을 설명할 길이 없다. 나는 넘어지지도, 미끄러지지도, 심지어 다리 한번 휘청거리지도 않았다.마치 캠핑 배낭을 멘 것처럼 몸을 통제하며 구보 속도로 산길을 내려갔다. - P149
그 새벽 이래로 나는 삶에 대해 희망을 품지 않았다. 내게 희망이란, 실체 없이 의미만 수십 개인 사기꾼의 언어가 되었다. 절망의 강도를 드러내는 표지기, 여섯 시간이면 약효가 사라지는 타이레놀, 반드시 그리되리라 믿고 싶은 자기충족적 계시, 그 밖에 자기기만을 의미하는 모든 단어. - P52
좋은 게 하나 있다면 승주를 조금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다. 나를 집안에 가둔 건 승주의 죽음으로 인한 죄책감이나 슬픔이 아니었다. 삶의 불운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좌절감도 아니었다. 불공평한 운명에 대한 분노 역시 아니었다. 그런 건 살고 싶어 할 때에나 생기는감정이었다. 살려는 마음이 사라지면 평화가 온다. - P45
앞서그래서 필자는 이런 제안을 해 보고자 한다. 낙후된 도서관이 있다면 그것을 증축하지 말고 아예 대지의 용도를 바꾸어서 비싼 값에토지를 매각했으면 한다. 그리고 그 돈으로 도심 속에 접근성은 좋으나 낙후된 곳의 저렴한 땅을 곳곳에 사서 작은 도서관을 여러 개 지었으면 좋겠다. 5천 평짜리 도서관 5개보다는 5백 평짜리 도서관 50개가더 좋다. 우리 주변에 작은 도서관들이 많아지면 걸어서 쉽게 도서관에 자주 가게 되고, 그곳은 공동체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시의 예산이 부족하면 우선 도서관의 전체 네트워크 청사진을 만들고매년 단계적으로 몇 개씩 만들어 가도 될 것이다. 아파트를 재개발할때 의무적으로 단지 밖에서도 들어갈 수 있는 도서관을 단지의 외부경계부에 하나씩 만든다면 지금의 아파트 담장보다 도시경관을 훨씬더 좋게 만들어 주는 기능도 할 것이다. - P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