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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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 것 같으니까 싸우는 건 아니잖아요"
남편이 돌아누우며 웅얼웅얼 대답했다.
"도망칠 데가 항상 있으니까 싸우는 것도 아니고"
"그럼 오빠는 왜 싸우는데요?"
세상을 바꾸려고,라고 그는 말했었다. 학생 시절에 그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모든 조직에 속해서 가장 험한현장에서 가장 격렬하게 싸웠던 이야기를 그는 자주 들려주었고 그래서 내가 언젠가 물어보았다. 세상을 바꾸려고 그래서 그렇게 싸운 끝에 세상이 바뀌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게 그가 현장에서 30년을 보낸 지금, 그는 세상이 바뀌었다고, 자신이 세상을 아주 조금이나마 바꾸었다고 말할 수있을 것이다. 30년이나 지나서, 눈가에는 주름이 생기고 손목과 어깨와 허리가 수시로 아프게 된 지금에야 말이다. 싸워서 세상을 바꾼다는 건 그런 것이다. 주로 허리와 어깨가아픈 작업이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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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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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남편을 뜻한다)는 교수가 될 줄 알았는데 빨갱이가 돼가지고 데모하는 게 뉴스에 나오더니 이제는 게한테까지 데모하는 걸 가르치고 남세스러워서 원......."
어머니가 이렇게 불평하셨고 대게가 러시아 출신이므로아마도 원래 빨갱이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려드려야하는지 내가 고민하는 사이에 ‘너도 얼른 자라‘ 하시더니 안방으로 표표히 들어가 문을 닫으셨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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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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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생물체는-항복하라.
우리는 항복하지 않는다. 나와 위원장님은 데모하다 만났고 나는 데모하면서 위원장님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도 함께 데모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교육 공공성 확보와비정규직 철폐와 노동 해방과 지구의 평화를 위해 계속 함께 싸울 것이다. 투쟁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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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에세이&
박연준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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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역사와 철학, 문명과예술은 모두 이야기다. 어린아이는 이야기를 탐한다. 아이들이 어른보다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은 ‘감정‘
이입‘의 천재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존재하는 모든 것을친구로 삼는다. 동물도 친구, 식물도 친구, 음식도 친구가된다. 당근 친구는 먹기 싫고 옥수수 친구는 먹고 싶은 아이. 공룡 친구는 사랑하고 개미 친구는 싫어하는 아이를 떠올려보라. 아이들은 언제나 이야기에 빠져들 준비가 되어있다. 어른들은 이야기를 철모르던 시절에 탐했던 것, 쉬는시간에 영상으로 즐기기에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오래 들여다보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에게 이야기는 빈 시간을 채우기 위해 필요한 것일 뿐 중요한 게 아니다. 어른들에겐 뉴스나 주식 정보처럼 실용적인 것, 철학이나 역사처럼 교양을 키울 수 있는 것이 필요하지 ‘타자의내밀한 서사‘를 들여다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소설은 어른의 삶에서 밀려난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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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에세이&
박연준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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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첫 줄에 완성된다. 비약을 좀 보태면 그렇다는말이다. 비약이라 했지만 과연 비약일까? 가령 "모든 좋은날들은 흘러가는 것", 이런 시작이라면 어떨까?
모든 좋은 시는 첫 줄에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이때의 떨어짐은 밀리거나 고꾸라져 떨어지는 상태가 아니다. 두 발이 땅 위에 붙은 채로 어떤 웅덩이나 절벽 없이,
한자리에서 아래로 사라지듯, 떨어지는 일이다. 어느 날 심장이 무릎 아래로 툭 떨어져버리듯이. 이 시의 첫 줄은 그아득함에서 시작한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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