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너한테서 편지가 왔던 날이 떠올라. 참 이상한 일이지.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우리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믿을 수가 없어. 그렇게 믿을 수 없는 일이 계속해서 이어졌는데 어째서 한 번도 눈치채지 못한 걸까.
어쩌면 우린 너무 많은 기적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사는지도 모르겠어.
엄마가 딸을 만나고, 가족이 함께 밥을 먹고, 울고 웃는 평범한일상이 분명 누군가한테는 기적 같은 일일 거야. 그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나 역시 마찬가지야. 현철이에 대한 내 마음을 알아채던 순간에도, 나에게 너라는 생명이 찾아왔던 순간에도 나는 행복에 취한 채 내게 어떤 기적이 찾아왔는지 알지 못했으니까. - P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