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연극이나 뮤지컬을 좋아하는 편이긴 했지만, 요즘 들어 더욱 자주 보고 있다. 이유인즉, 내 동생(참고로 여자, 나랑 두살 터울, 똑같은 직장 3년차, 그러나 그녀는 나에비해 시간 많은 중학교 교사)이 청출어람이라고 나 때문에 어거지로 보기시작한 연극에 요즘 완전 버닝(불타오르다 못해 재가 되어 있을지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엔 연극을 혼자 보러 가기 멋쩍어서 동생을 꼬드겨서 보러 가곤 했는데, 게다가 대학로는 우리집에서 넘 멀다. 집이 부천이라 1호선타고 가도 편도 기본 1시간 2~30분은 걸린다. 요즘은 오히려 거꾸로 되었다. 물론 남친도 없구 소개팅도 뜨문뜨문해진 울 동생, 시간이 남는 건지, 외로움이 싫은 건지 여러 복합적 요인으로 마이 러브 연극 상태다.ㅋ
그렇게 해서 보게된 D 페스티벌 패키지. 여러 패키지가 있는데 금액도 2만원~5만원대 우린 3만원에 5개의 소극장 연극 패키지를 구입했다. 다만 페스티벌 기간이 지지난주와 지난주, 2주에 걸쳐진행된 터라 그 연극들을 다 보느라 진이 빠질 정도. 어쩔수 없이 하루에 2개씩 보기도. 아무리 연극이 좋다지만 연속 2개보는건 역시 집중도가 떨어졌다. 유명세만큼 괜찮은 연극도 있었고, 정말 기본빵도 있었구, 의외로 몰입도 200%도 있었다. 짤막하게 정리하기.
1. <그대를 사랑합니다> 강풀원작의 만화는 대부분 연극으로 옮겨지는 듯. 마치 한펀의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주인공역에는 간만에 "최주봉"아저씨가 열연. 나이가 나이인지라 할아버지 역할이 넘 잘 어울렸다. 줄거리가 탄탄해서 인지 보는 내내 몰입도 잘 되고 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앗다. 나 뿐 아니라 대다수 관객들이 눈물을 훌쩍거렸을 정도.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보러 오셨는데 난 오히려 2~30대 관객들이 꼭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면서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이 들게 만든다. 가족끼리 함께 보면 좋을 듯.
2. <쉐이프> 2~30대 감성을 가지고 장난치는 일종의 유희극, 혹은 말장난. 화장실유머에서 부터 진지한 사회적 이슈를 물고 늘어지기도 하는 등 보는 내내 지루함을 느낄새가 없다. 다소 가볍지만 결코 코미디도 아니다. 무거운 주제들을 겉핥기 식으로 찔러대면서 관객들을 유도하기도. 외모지향적인 사회에 대한 풍자가 주요 테마. 아무리 생각해도 어설픈 비평 정도의 연극이다. 시간때우기로 좋다. 특히 여자들끼리 보러 가는 거 강추다. 음담패설도 즐길 수 있을 듯. 남자들에겐 비추. 보고나서 오히려 안티페미니스트가 될 우려가...
3.<용띠위에 개띠> 10년동안 한 역만 맡았다는 주연배우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한 20%부족한 느낌이 드는 건 스토리나 구성이 너무 단순하기 때문인 거 같다. 중장년층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는 있겠지만 요즘 세대들이 이해할 수 있을라나. 참고로 울 동생 공감 제로라고.
4.<아트> 그 유명한 <아트>다. 더블캐스팅인데 내가 본건 정보석/정원중/이남희 주연이었다. 먼저 배우들 평을 하자면 정보석-그는 미중년이었다. 역시 잘생겼다고 감탄, 연기도 여유가 있으면서도 무난하다고 할까. 자연스러웠다. 이남희-연기력/개성이 뛰어났다. 솔직히 3명중 가장 인상에 남기도 했다. 정원중-베테랑답게 역시 자연스러운 연기, 다소의 오버스러움과 대사가 넘 많아서 숨차보였다. 아무래도 폐활량을 키워야 할 듯.ㅋㅋ-대사가 많은 탓인지 몇군데 실수가 귀에 띄기도.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긴말 필요없다. 보면 기본빵은 한다. 사람마다 100% 웃기도 80% 웃기도 한다. 언어유희에 가까운 연극이라 줄거리라고 할 만한게 없다. 교묘한 말장난에 장단을 쳐주는게 관객의 몫이고. 유머와 재치가 빛나는 연극이기도 했다. 풍자스러운 면도 살짝 비틀어주는 센스도 돋보이고...
5.<로즈마리>-미라클씨어터2관. 한마디로 완전 소중한 연출/극본/구성/연기력이었다. 페스티벌 마지막날 마지막 패키로 본 거였는데 앞에 연극을 하나 봐서 그런지 별 기대감도 없이- 게다가 극장도 넘 작았다- 자리에 걸터앉았는데 시작하자마자 몰입 100%. 연극이 끝날때쯤에는 정말 200% 내신경이 곤두서있는 기분이었다. 심야 스릴러 연극이라는 건 연극을 보고 나서 알았지만 기존의 소극장 연극에서 볼 수 없던 참신한 장르와 소재, 그리고 잘은 모르는 배우들이었지만 신들린 듯한 연기력(특히 주인공역의 양민환-그는 정말 주인공 서준하 자체였다), 잘 짜여진 구성과 세심한 연출력, 탄탄한 스토리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거 없이 완소 연극이었다.
정말 기대치 않았는데 큰 상이라도 받은 기분이랄까. 단, 추리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다소 무서울수도. 하지만 기존의 영화에서 보여지는 시각적 효과를 연극에서 살리기 어려운 탓에 여러가지 고안한 흔적들(회상씬-현재와 과거가 동시에 펼쳐지는 등)이 연극을 더욱 완벽하게 만든 것 같다. 좋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 이런 배우들이 정말 성공했음 한다. 검색해도 작품이름만 뜨는 게 고작이더라. 이런 흔치 않은 연극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고 바래본다. 스토리가 탄탄해서 외국작품이 원작아닐까하고 생각했었는데 창작스릴러였다. 그것도 심야물이었고, 올해 봄부터 여름까지 상연을 하다 입소문을 타서 지금까지 확대상연이 결정난 모양이었다.
기존의 로맨스, 코미디물에 질리기 시작한 분들 모두 보시길. 절대 후회안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