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이야기가 많이 늦어졌다. 5월 끝자락에서 허둥대고 있노라니 4월 잔인한 봄빛아래 참 많이도 질렀구나싶다.ㅎㅎ 유달리 가슴이 먹먹해지는 만화들이 많은 걸 보면, 눈부신 햇빛 아래일수록 슬픔이 깊어지는 법인가? 내 마음가는대로 하나둘씩 장만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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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린샘의 작품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비천무를 사지 않을 수가 없어 결국 세트로 구매를 했다. 셜리는 강한 여인이고, 어머니고, 슬픈 사랑을 품은 아리따운 이고, 그래서 아름답고 애처롭다. 마지막에 결국은 어머니이기보다 한사람의 여자의 길을 택하는, 그것도 비장한 죽음의 각오를 가지고 말이다, 가장 비극적인 여주인공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생을 살아간다는 것, 처절하게 자신의 삶을 버리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끝까지 살아간다는 걸, 그 시대의 여인으로는 보기드물게 보여주는 여주인공이기도 하다. 삶이란 무엇이냐, 사람의 의지란 어디까지 갈 수 있는 것인가. 정답을 보여주는 듯하기도 하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어, 가볍게 이 얘기, 저 얘기 늘어놓는 것조차 다소 꺼려진다. 범접할 수 없는 무거움이라고도 할까. 가장 소중한 것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속 깊이에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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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 한권 순서대로 사 모으다보니 어느새 5권 완결이다. 유하와 예진이를 마음에 품고 몇년간을 살았다는 작가의 프롤로그에서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한때 그러던 시절이 있었으니.. 한승원샘의 또다른 작품인 그대의 연인도 그렇고, 그녀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아프게 그리고 이쁘게 그리는 법을 아는거 같다. 90년대식 순정만화라고 정리하기에는 아까운 만화다.
대사 하나하나가 마음 한구석을 톡톡 건드리다못해 찌른다. 찔러도 이제 눈물도 안 나오지만. 만화속 예진이처럼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처럼 어렵다는 걸 그냥 안다. 이제는 나도 십대소녀가 아니니 말이다. 그래서 십여년 전보다 읽는내내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래도 소박하게나마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어줘서 넘넘 다행스럽다. 사랑을 꿈꿀 수 있다고 말해주는 거 같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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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레드문 완결까지 왔다. 긴 마라톤이었던 같다. 안도의 한숨도 나오고 벅찬 가슴도 가만히 있질 않는다. 진정한 태양이란건, 타고난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걸까. 결말은 주인공 태영을 주인공으로도 남겨두지 않는다. 그는 마치 시그너스별의 태양도 아닌, 연극에서 필요한 조연과 같은 존재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누가 진정한 태양인가에 대한 물음에 애매모호한 답을 내린 게 황미나샘이 말하고자 하는 건지는 알길이 없지만, 여러각도로 해석하게 되어서 오히려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더 큰 물음을 가지게 되버린 거 같다. 어쩌면 독자에게 각자의 해답을, 구원을 찾아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운명은 인간의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것이냐, 혹은 결국은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인가.
쉽사리 답을 낼 수 없는 주제로 혼자 끙끙 앓았다. 나의 답도 아직은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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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만화의 명작이 되어버린 강경옥샘의 "별빛속에"를 중고로 구입했다. 감격스러워하면서 첫페이지를 펼쳤던 기억이 ...처음 읽었을 적 충격과 흥분을 떠올리면서 책 한장 한장 소중이 읽어내려갔다. 시이라젠느는 마치 위의 레드문의 태영-필라르를 연상시킨다. 비교해보면 시이라젠느쪽이 자신의 운명에 대해 부정적이고 현실적으로 받아들인다. 오히려 레드문의 태영이 비현실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그는 날때부터 시그너스의 태양!이었으니). 시이라젠느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자신의 고향에 대한 애정이란 눈꼽만치도 없다. 무조건적인 희생과 사랑을 당연히 여기는 레드문의 태영과 달리, 그녀는 끊임없이 의구심을 가진다. 운명이란 없다, 나는 이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스스로에게 되새긴다. 운명에 맞서 싸우는 그녀의 고독한 행보가 좀 더 와닿는 건 이런 현실적인 캐릭터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어찌보면 가장 불행한 결말인데도, 끊임없이 자신과, 혹은 운명을 내려준 신이란 존재와 싸워서 내린 그녀의 의지라서 그런지 쉽게 받아들여졌다.
역시나 답없는 물음을 또다시 해석하고 있다.
이전 만화들의 애장판의 행진었던 만큼, 예전 만화를 볼때와는 또다른 관점으로 주인공들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십대와 이십대가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건가 하고 스스로 조금 놀랐다. ㅜㅜ 깊은 물음에 해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책을 덮고나서 더 고민하게 된 건 아직까지 "생"을 알지 못해서일까. 아님 "더 처절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걸까.
역시나 이생각, 저생각 곱씹게 된다. 좋은 책은 이런 게 아닐까. 끊임없이 물음을 던져주고 끊임없이 해답을 구하기위해 스스로 생각에 또 생각을 해야하는. 그냥 슬픈 사랑이야기로 해석하기엔 그 세계가 너무 크다. 내가 닿을 수 없을 만큼.
천천히 씹어야 재료 본연의 맛을 알 수 있는 음식처럼 이 책들 또한 그러하다. 꼭꼭 씹어먹어야 체하지 않는다. 봄이 아름다움만이 전부가 아니듯이..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한번씩은 읽히고 싶다. 먹먹한 가슴을 내가 쓸어내려 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