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드뎌 자그마치 3개월 전에 예약해둔 뮤지컬을 보러 갔다. 황정민이 주연하는 "나인"이다. 이 뮤지컬을 보기위해 티켓 오픈일 20%할인에 맞추어서 힘들게 예매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사무실에 주위 사람들 눈치를 보며 하기란. 단연코 직딩의 비애다.

 VIP는 커녕, R자리는 꿈도 못 꾸기 때문에 그나마 5만원짜리 A석(참고로 3층)에서도 제일 앞에서 보기 위해 티켓 오픈 시간에 맞추어서 예매를 하리라 마음먹었었다. 운 좋게 예매를 했고 드뎌 첨으로 3층 맨 앞자리에서 나와 동생은 "황정민"을 볼 수 있었다.

 나인은 광고에서와 달리 유쾌하고 신나기만 한 공연은 아니었다. 공연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즐거운 편이었는데, 나름 주제의식이 분명한 뮤지컬이었다. 코미디인줄 알았는데 말이다.

 황정민 목소리는 예상했던 대로 고왔고(?), 차분했고, 고음처리도 깨끗했다. 뭐랄까. 듣기 편한 목소리라고 하는 게 딱 맞겠다. 다만 아쉬운 건 목에 무리가 갔는지 공연날 그의 목소리는 목감기가 걸린 사람 마냥 쉰 소리가 났다. 초반부 대사를 내뱉을 때나, 본인 파트의 노랠 시작하는 부분에서는 쉰 목소리가 살짝 거슬릴 정도였는데 공연이 진행될수록 노래를 부르면 부를수록 목소리 상태가 좋아져 갔다. 그는 프로였다. 역시 멋있어!

 타고난 연기자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정에 그가 한 인터뷰에서 자기는 재능보다는 노력파인 거 같다고 이야기했던 게 생각난다. 그의 연기는 정말 더하지도 않도 덜하지않은, 간이 딱 맞은 음식처럼 자연스러웠다.

 귀도를 연기하는 황정민이 아니라 황정민 속의 "귀도"만이 무대에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카리스마 있는 연기도 좋지만 관객들을 어느덧 "귀도"의 세계로 이끌어 들이는 그의 노력이 멋졌다.

 반가운 얼굴을 또 하나 볼수 있었는데, 작년 조승우 때문에 봤던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배우 김선영이 이번에는 주인공 귀도의 부인역으로 나왔다. 목소리가 낯익다 했더니 나중에 팜플렛 보고서야 알았다. ㅎㅎ 목소리가 시원시원해서 마음에 들었었는데 다시 그 목소릴 들으니 역시나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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