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2 - 완결
박은아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불면증-누구라도 한 번은 시달리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는 흔하디 흔한 증상. 나 또한 10대, 흔히들 말하는 감수성이 풍부하던 시절, 몇 년을 시달려야만 했었다.  수 많은 밤을 정말 책을 보다 지새우기가 다반수 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러던 것이 대학을 들어가고 나서는 베개에 머리를 뉘이자마자 잠이 드는 체질로 바뀌었으니.

어쩌면 10대의, 순수의 ,열정의 전유물일지도 모르겠다. 불면증은. 이 작품 불면증은 대다수 20대 이상의 독자들이 공감할 만한 10대의 나날들을 전혀 포장하지 않은 채 담당히 그려내고 있다. 사실  나도 누군가의 리뷰가 아니었다면 그저 스쳐지나갔을 많은 순정만화 중의 하나로만 기억했을 지도 모른다.  리뷰가 너무 좋아서 샀으니 그분에게 Thank to를 눌러 드렸어야 되는데..깜빡했다. 죄송ㅜㅜ.

줄거리는 그야말로 단순하다. 어느날 갑자기 남매가 된 동갑내기 고교생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좋은 아저씨, 아줌마로만 알았던 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겪는 소소한 일상들. 그 와중에 남매가 된 두아이는 서로 남자와 여자로, 이성간의 사랑을 느끼고 이 감정으로 인해 평화롭기만 했던 일상들이 흔들린다. 작가는 담백하다 못해 건조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복남매의 사랑은 사실 쉬쉬하기는 했으나 여러 만화, 소설에서 자주 사용된 소재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남다른 것은 작품의 두 주인공이나 주변인물의 캐릭터가 절대 극단적이지도 평면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평범한 재혼가족이 겪을 수 있는 문제를 담담하게, 그리고 10대 주인공의 순수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특히 여주인공이 새엄마(사랑하게된 남주인공의 어머니)를 어색해하고 쑥스러워하면서도 잘 따르려하고 가족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점이라든지, 두주인공의 관계를 알게된 후 고민하고, 당황해하는 새엄마의 심경 등이 자연스럽게 표현된 점이 특히 와 닿았다.

결말이 다소 억지스럽기는 하지만 두권이라는 적은 분량이니 다소 이해를 해야겠지.

시간이 흐른후 그저 평범하게 지내고 있던 여주인공이 어느날 갑자기 바닷가에서 눈의 띄인 유리조각 하나로 눈물을 쏟아 내던 것처럼 내일상 또한 다를게 없다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겠지. 아마도 많은 이 들이 담담하게 오늘을, 내일을 살아가고 있을터이다. 그래도 어느 날 문득 이야기처럼 소소한 일상의 사건이 계기가 되어 잊어버린 줄 알았던 기억들이, 이야기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지나간 나날들은 슬펐더라도, 평범했더라도, 혹은 담담하고 건조했더라도 아름다운 법이다.

돌아보면 그래, 참 아름다웠다 하고 문득문득 깨다는 것이 나의 일상일 런지도.

간만에 수작을 읽었다. 누군가의 리뷰가 정말 고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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