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많은 너와 부족한 나 - 비투비 코믹스 B-02
나오노 보라 지음 / 비투비(B-shop)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있다. 그만큼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기가 힘들다. 그렇다 보니 사소한 것으로 오해를 사기도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겠지. 말하지 않아도 알아~~라고 하는 건 능력자나 가능한 게 아닐까 싶을 때도 많다. 감사의 마음, 후회나 사과의 마음, 사랑의 마음 등은 말로 전해야 전해진다. 근데 이상한 건 누군가 날 좋아한다는 걸 느낄 때는 꼭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이란 거지. 왜 날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은 잘 못느끼게 되는 것일까. 이상한 부조화랄까.

나오노 보라의 『욕심많은 너와 부족한 나』에는 총 세커플이 등장하는데, 죄다 자신의 마음을 잘 드러내지 못하고 꽁꽁 숨기다 결국 오해하고 삐뚤어지지만 결국 용기를 내어 고백하는 이야기들이다. 어떻게 보면 다 비슷한 내용이 아닐까 싶어도 나이, 직업, 시대가 다르다 보니 죄다 다른 이야기같긴 하다.

표제작 <욕심많은 너와 부족한 나>는 근사한 금발 청년과 삼십대 중반의 귀여운 아저씨... (아저씨라고 하니 마음이 참 아프다. 나도 삼십대 중반인데... 그럼 난 아줌..악!!!) 하여튼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러브러브하는 이야기보다 가족 이야기 쪽이 더 재미있었다. 소년가장으로 동생을 돌봐 오다 학교도 제대로 못가고 어느새 삼십대 중반이 되어 버린 카이와 장성한 동생들의 알콩달콩한 형제애가 참 좋았달까. 금발청년 랜스는 혼자서 오해하고 삐뚤어지는 게 딱 그 나이 또래답단 생각이 들었고..(역시 외국인들은 나이를 가늠하기가...)

사십대 중반 쯤의 독신 아저씨와 열심히 일하는 청년의 이야기인 <고백>은 BL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설정이라 뭐.... PASS!

이 단행본에서 가장 마음에 든 건, 역시 시대물인 <죽지 못한 자> 연작이다. (중편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 현재 이야기가 먼저 나오고, 과거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무튼 좋다. 사무라이였던 타츠미와 낭인 카구라의 이야기... 참 좋았지만, 이 작품 역시 난 젯밥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러브러브하는 이야기보다 칼싸움 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으니까 말이다. (잔인해서 그런지도 모르고, 러브러브만 빼면 소년만화 분위기라 그런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난 에도 시대 이야기가 참 좋단 말이지. 그러나 카구라가 사무라이 시절에 했던 촌마게만큼은.... 웃음이 빵 터져 버렸다는. 역시 촌마게를 한 것과 아닌 것의 차이점은 너무나도 크단 말이지. 아, 이런 괴리감이란.

뭐랄까. 마지막으로 전반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이 단행본은 내가 읽어온 나오노 보라의 작품 중 상위권에 들어갈 것 같다. 시대물, 알콩달콩 가족 이야기에 혼자 삐뚤어지는 금발 청소년까지... 읽기 즐거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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