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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일생 3
니시 케이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모 케이블 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송했던 (아직도 방송중인가?) 남녀의 생각 차이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면서 여러모로 공감했던 일이 기억난다. 그 프로그램은 정말이지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별에서 그것도 아주 먼 별에서 온 존재인가 싶은 생각을 할 만큼, 똑같은 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면 아예 다른 뇌구조의 차이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만큼 남녀간의 사고방식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잘 보여 주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난 어른같은 사랑과 아이같은 사랑 등의 사랑 방식은 남녀불문, 노소불문이라 생각한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어른스럽게 사랑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 같은 사랑을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어른의 사랑이란 법적으로 미성년이 아닌 사람이 하는 사랑이 아니다. 또한 내가 아이 같은 사랑이라고 할 때는 순수함의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미성숙한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츠구미와 50대의 카이에다의 사랑 이야기는 어른의 사랑과 어른답지 못한 사랑 두가지를 모두 보여준다. 재미있는 건 두 사람 모두 두가지 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원숙한 어른의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카이에다는 완벽해 보이는 남자처럼 보여도 어린 구석이 있다. 제대로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죽을 떄까지 사랑은 안해도 돼, 라고 생각했던 과거도 있기 떄문이다.
이런 카이에다를 변화시킨 건 당연히 츠구미의 존재이다. 카이에다가 츠구미와의 결혼을 꿈꾸며 웨딩 잡지를 몰래 보기도 하고, 웨딩드레스를 몰래 사다놓기도 하는 등 어린애 같은 구석을 볼 때면 참 귀엽단 생각도 들지만, 자신을 비하하고 자학하는 츠구미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로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듬직하구나 싶다.
카이에다의 사랑에 설레고 행복해 하면서도 쉽사리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츠구미를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엘리트 회사원으로 회사에선 인정받는 존재지만, 이상하게 엮이는 남자는 죄다 나쁜 남자여서 마음 고생 심하게 한 츠구미는 카이에다의 든든한 사랑을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라 아빠가 딸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한동안은. 그러하기에 옛남친이자 나쁜 남자인 나카가와의 연락에 마음이 흔들렸던 것이겠지. 카이에다의 사랑은 당연한 것이고, 영원할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아빠의 사랑처럼. 하지만, 츠구미. 카이에다는 아빠가 아니라구. 널 사랑하는 남자라구.
그렇다고 츠구미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흔들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츠구미가 그렇게 대놓고 흔들리면 카이에다 역시 흔들리게 되는 건 당연한 것인지도. 츠구미는 지금까지 오면서 카이에다를 사랑하는 것보다 그에게 사랑받는 것에 익숙해졌고, 의지하고 싶은 생각이 더 많았는지도 모른다. 물론 상대에게 의지하고 싶단 감정에는 사랑이란 것이 포함되지만, 그 사람이 날 사랑하는 것에 기댄다는 뜻이니 이건 완전하지 않은 사랑인 것이다.
이 사랑을 깨닫고 완성해 가는 과정이... 솔직히 말하자면, 마음에 안들었다. 물론 츠구미가 하던 일과 관련된 사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그렇게 급회전하면 보는 독자는 어쩌라구! 그런 극적인 사건이 두 번이나 반복되니까 -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 당연히 독자인 내 입장에서는 이 사건들이 두 사랑의 환상적인 사랑이란 결론을 끌어내기 위해 삽입된 다소 무리한 설정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역시, 이런 거였어, 역시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어, 라는 느낌이랄까.
그걸 제외한다면, 아니 그런 설정에 마음을 조금 덜 쓴다면 이 이야기는 남녀간의 미묘한 사랑이야기 중에서도 꽤 괜찮은 작품이라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물론,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젊은 사람만 뜨겁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나이에 상관없이 얼마든지 멋진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