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레스 월드 Endless World - 뉴 루비코믹스 740
Jaryu, Dokuro 글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우리가 생판 남인 타인을 판단하는 기준은 대체로 사회에 적용되는 통상적인 룰과 자신의 가치관 등이다. 친분이 있다면 자신과 상대방의 관계를 기준으로 판단을 한다. 그리고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만의 기억으로 저장된다. 그후에는 언제든 그 사람을 생각할 때 그것을 기준으로 그 사람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의 중심에 있는 토시미츠란 인물은 내 기준으로 볼 땐 최악의 인물이다. 늘 약에 절어 있고, 툭하면 싸움질을 하며 인생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나의 관점만으로 읽어서는 안되는 작품이었다. 토시미츠를 기억하는 두 인물인 이츠키와 류의 눈을 통해서 바라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처음엔 삐딱하게만 보였던 토시미츠란 사람의 다른 면이 보였다.

 

20대초반의 이츠키는 무자비한 싸움꾼에다 삶에 대한 열정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5년전 우연히 만난 미네야마는 이츠키의 삶 자체를 바꿔놓았다. 오늘 당장 지구가 멸망해도 상관없다던 이츠키가 삶이란 살아볼 만한 것이란 것을 배운 것이다.

 

그렇게 평온히 살아 가던 어느날 이츠키는 식당을 찾아온 불량배들을 혼쭐내주다가 자신의 과거와 닿아있는 류라는 아이를 만나게 된다. 이츠키와 류가 닿아있는 과거는 바로 토시미츠. 이들은 토시미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가 가진 토시미츠와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츠키는 이츠키대로, 류는 류대로.

 

비록 좋은 기억만이 존재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버리고 싶은 과거는 아니었다. 이미 돌아갈 수 없는 시간과 기억의 파편을 모아 그들은 지금을 살아내고, 토시미츠가 살아갈 수 없는 미래를 살아낼 것이다. 더이상 토시미츠와 함께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은 토시미츠를 기억하고 추억하며 이젠 토시미츠가 할 수 없는 것들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겠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사람에 대해 늘 슬픈 기억만을 떠올리며 사는 것보다 그 사람 몫까지 열심히 살아주는 게, 약오를 만큼 잘 살아주는 게 정말 그 사람을 위한 것이란 걸 이 둘은 이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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