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하면서 미친 짓을... (쿨럭)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해본 적이 있는가. 나의 경우 워낙 변화에 민감하고 변화를 싫어하는 데다가 딱히 그러고 싶은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어서 나의 소중한 뭔가를 걸고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 그건 내가 돈이나 명예, 사회적 지위 나부랭이 같은 것도 없는 사람이라 걸게 없어서 그렇겠지 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부모형제를 두고 사랑을 위해 떠난다는 것조차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기에 - 기본적으로 그런 건 천벌받을 일이라 생각해서 - 위험한 사랑이란 것 자체가 싫기도 한 성격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때때로 책이나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을 보면서 쯧쯧 하고 혀를 차면서도 그런 열정이 괜시리 부러워지기도 했다. 도대체 어떤 사랑을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저게 정말 현실로 가능한 일일까 하고 궁금해 하기도 했다. 사랑이란 때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기도 하기에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역시 나하고는 거리가 먼 이야기일 뿐. 신참변호사 아사노는 업무차 필리핀에 갔다가 말도 안되는 일을 당하고 만다. 그건 바로 마약 운반책의 혐의가 씌워져 항변 한 번 못하고 형무소로 끌려가게 된 것. 말은 안통하지, 여권 등 신분을 증명할 것은 어디론가 사라졌지. 빼도 박도 못할 상황에 처한 아사노는 깊은 수렁에 빠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송되는 차에 함께 타고 있던 타나카란 남자의 도움으로 함께 탈주하게 된다. 은인...이라고는 하지만 어딘가 위험한 분위기가 솔솔 풍기는 타나카. 하지만 이역만리 필리핀에서 의지할 곳이라곤 없기에 아사노는 타나카와 함께 당분간 함께 지내기로 한다. 딱 봐도 전직 아니면 현직 야쿠자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타카카가 불편하긴 해도 이 상황에선 어쩔 수 없는 일. 아사노는 타나카와 거리를 두려고 하면서도 그에게 어쩔 수 없이 이끌리는 자신을 채찍질한다. 빛과 어둠. 자신들은 사는 세계가 다르기 때문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온 한 남자와 법의 테두리 밖에서 살아온 한 남자. 어찌 보면 참 안어울리는 조합이다. 그러하기에 아사노 역시 타나카와 거리를 두고자 노력을 한 것이겠지. 하지만 끌림이란 건 이성을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기 일쑤다. 처음에는 불안해서 어쩔줄 모르던 아사노가 어느새 도망자 생활이 즐거워진 것도, 타나카가 아픈 자신을 내버려두고 여자랑 함께 있는 것을 보면서 화가 나고 슬퍼지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겠지. 타나카의 경우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처음엔 어쩌다 보니 함께 탈주했는데 함께 다니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아사노가 귀여워보이기 시작하고 그를 돌봐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니. 귀찮은 건 딱 질색이었던 그가 아사노만큼은 곁에 두고 싶어한 것도, 아사노의 혐의가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데리고 다시 도망을 간 것도 바로 그런 끌림때문이 아닐까. 작은 오두막에서 함께 지내던 날들은 어느때보다 평온하고 즐거웠지만 일본에서 그를 데리러 왔을 때 정을 떼듯 매몰차게 굴던 것은 아마도 아사노에 대한 진심때문이었을 것이다. 자신과 그는 사는 곳이 다르다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인연은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것이 아니다. 쌍방이 인연을 끊겠다고 독한 생각을 하면 모를까, 어정쩡한 이별은, 서로가 원치않는 이별 방법은 인연을 완전히 끊어낼 수는 없는 법이다. 타카노가 자신에게 내밀었던 손을 떠올리며 그 손을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며 다시 필리핀으로 건너간 아사노의 행동은 어찌보면 어이없기도 했지만 어찌보면 어리버리 귀여운 그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솔직히 말해서 난 미친듯이 웃었지만...) 타카노란 캐릭터는 니시다 히가시의 작품에 나오는 캐릭터 중 가장 귀여운 캐릭터였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 결말부분을 보면서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선을 넘은 건 아사노쪽이니까. 내 표현으로 하자면 미친 짓을 했으니까. 아사노가 가끔은 후회할 날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기엔 유약해 보여도 뭔가를 결심하면 강해지는 아사노같은 사람은 그가 자신을 걸고 탈취(?)한 그 행복을 잘 지켜나갈거라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