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알파 10 - 신장판
아시나노 히토시 글.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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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때때로 인간의 삶이란 기억보다 망각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오래전에 만났던 사람, 경험했던 일들은 차곡차곡 기억저장소에 쌓이겠지만 어느 샌가 먼 옛날의 일이 되어 조금씩 잊혀져간다. 아, 그때 그런 일도 있었지, 라고 떠올리면 다행이랄까. 그런 일도 있었나, 하고 반응하게 되는 일도 많다.

매일매일 비슷비슷하지만 다른 날들을 살면서 모든 걸 기억할 수는 없다. 나의 삶에 관해서도 이럴진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잊어가는 게 훨씬 빨리 이루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면, 그후 그 사람의 존재를 기억했던 모든 이들이 사라지면 그 사람이 살았다는 사실마저 잊히겠지.

번성했던 도시가 쇠락하면서 사람들이 사라지고, 그후 길도 건물들도 사라지면 미래의 사람들은 그것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문득 떠올리겠지만 금세 잊어버리겠지. 그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는 걸.

하지만 작은 언덕 위의 평범한 한 카페에 가면 그 모든 걸 기억해줄 누군가가 있다. 바로 알파. 그녀는 로봇이지만 사람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평범하고 비슷비슷해 보이는 매일이 소중하고, 모든 것을 추억으로 기억하려 한다. 변해가는 주변의 모습과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그것들을 자신의 마음속에 꼭꼭 담아둔다.

꼬맹이였던 마키와 타카히로가 어느새 성장해 어른이 되고, 선생님이나 할아버지는 이제 더이상 안계셔도 알파는 그들과 함께 나눈 모든 순간을 기억한다. 어쩌면 자신의 주변이 변하는 것,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사라지는 걸 지켜봐야 하는 것은 큰 고통이 되겠지만, 알파는 슬픔 대신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한다.

『신장판 카페 알파』의 완결편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져 왔다. 코끝이 찡해져 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라져버린 세계지만, 사람들의 흔적을 기억하는 자연의 모습, 그리고 알파의 모습. 누군가 나를 기억해준다는 사실이, 그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고마운 일인 것이다. 사랑스러운 것이다.

고마워요, 알파씨.
그곳에 있어줘서.
모든 것을 기억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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