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젤리발바닥 일가 2
타지마 타지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뚱땡이 엄마 타마, 토실토실한 아빠 니케, 한덩치하는 아들 곤, 그리고 말썽쟁이 막내딸 치로가 펼치는 시끌벅적 야옹일기 그 두번째 이야기.
『젤리발바닥 일가』는 순수한 고양이 만화는 아니다. 물론 등장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고양이나 개 등의 동물만이 등장하지만 이 모든 캐릭터들이 동물다움을 좀 벗어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동물들만이 사는 마을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의인화된 캐릭터라 해도 각 동물들의 특성은 잘 살아있다. 그래서 순수 고양이 만화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이를테면, 발렌타인데이 사건이라든지, 백화점 시식기, 벚꽃놀이, 무사인형 관련 에피소드들이 그렇다. 그외에도 치로와 치로의 친구들이 모여서 하는 담력시험, 밤줍기등의 놀이 장면이라든지, 직장 다니는 아빠, 운전하는 엄마, 학교다니는 치로 등 사람이 할 법한 일들은 이 고양이들은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우리들의 삶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특히 다이어트를 하고 싶지만 쉽지 않은 엄마의 모습에선 웃음이 빵빵 터진다. 사료 몇 알 줄여놓고 다이어트 한다고 하질 않나, 다이어트 사료를 먹으면서도 토핑으로 칼로리 높은 걸 올리지 않나, 몸에 맞지도 않는 옷이 맞다고 꾸역꾸역 입지를 않나... 이런 모습은 우리가 다이어트할 때도 보이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또한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서 쇼핑을 하면서 피눈물을 흘리는 엄마의 모습이나 장롱면허를 가지고 운전을 하다 가족들 진을 다 빼놓는 엄마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우리네 엄마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여름방학 숙제를 미루고 미루다 결국 마지막 날 몰아서 하는 치로를 보면서 아, 나도 초등학교 다닐 땐 저랬지, 하면서 피식피식 웃기도 했다. 또한 착한 일 한다면서 집안을 오히려 난장판을 만들어 놓은 경험도 떠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고양이답게 다다미를 발로 긁어 놓는다던지, 발톱을 깎은 후에 나무를 타다가 주르륵 미끄러진다든지, 코타츠곁을 떠나지 못하는 모습(고양이들은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따뜻한 곳을 즐겨찾는다)은 고양이의 습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담벼락 위에 올라가 이웃집 개를 놀리는 것도 고양이들의 장난의 일종이고.
이렇듯 사람과 고양이의 삶을 왔다갔다 하는 이 젤리발바닥 일가를 보면 자연스런 웃음이 번져나온다. 때론 우리 고양이와 비교해 보면서 웃기도 하고, 때론 나의 일상과 비교해 보면서 웃기도 하니까.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지만, 끽해야 네가족인 이 젤리발바닥 일가는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하지만 어찌 생각해 보면 그게 또 사는 맛 아니겠나. 2권을 끝으로 젤리발바닥 일가는 쿄토에서 오사카로 이사를 갔다. 그곳에서도 또 정신없는 묘생(猫生)을 이어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