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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화가 주베의 기묘한 이야기 4
나가오 마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화가라고는 하지만 고양이 그리는 재주밖에 없는 화가 주베와 한때는 니타 고개의 선인이라 불렸던 요괴 고양이 니타가 펼치는 에도 시대 고양이 기담, 그 네번째.
표지를 보니 주베와 니타의 커플룩이로구나. 에도 시대답게 사무라이 복장을 했지만, 어라라 칼은 하나뿐이로고. 짝퉁 사무라이 분장? 하긴 뭐, 주베의 헤어스타일 자체가 사무라이와는 확연히 다르니... 것보다는 주베가 촌마게를 안한 것이 고마울 따름이오. 나타의 촌마게는 생각만 해도!? 푸하하핫. 어쨌거나 꽤 잘 어울리오, 한 사람과 한 마리.
첫번째 에피소드 <기다리는 고양이>는 주인의 야반도주로 혼자 남겨진 고양이 타마의 이야기이다. 마지막으로 주인을 목격한 것은 이 다리. 타마는 매일매일 밤 이 다리로 나와 다시는 오지 않을 주인을 기다린다. 그 모습이 미련하게만 보이는 채소가게 주인 마타키치는 그런 타마의 모습이 바보스러우면서도 묘하게 애틋해 식구들 몰래 밥을 챙겨주기 시작한다. 처음엔 고양이가 질색이던 냥반이 어느새 고양이에 푹 빠져가는 모습을 그린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마음 가득 훈훈함이 차올랐다. 새로운 삶을 시작한 타마, 채소가게의 새로운 명물로 등극! (뚜둥~)
두번째 에피소드 <고양이 요괴 소동>은 에도시대 사무라이들의 안타까운 면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무라이의 자식으로 태어나는 건 분명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그것도 장남, 차남까지의 일. 삼남 이하로는 관직에도 나가지 못하고 집에 눌러 사는 밥벌레 신세가 되거나 뒷방 도련님 신세로 전락하기 마련이니까. 관직도 재산도 모두 장남의 차지가 되니 말이다. 비록 요괴 소동은 어이없이 끝났지만, 한편으로는 니시우라의 고양이 공포증도 약간, 아주 약간 치유되었으니 그건 그것대로 좋을지도.
세번째 에피소드 <고양이 요람가>는.... 지금 생각해도 먹먹하네. 에휴. 고양이들에게 보호를 받던 한 미아 소년은 엄마를 찾아 멀리 멀리서 이곳까지 왔다. 도대체 소년의 엄마는 어디로 갔을꼬. 소년의 말에 따르면 엄마는 사람들에게 잡혀갔고, 그바람에 형제들은 다 죽고 자신만 남았단다. 엄마을 찾기 위해 주베 일행과 길을 가던 소년은 엄마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아니, 이건 반칙이잖아욧! 이럼, 너무 슬프잖아. 속상하잖아. 말도 안되잖아. 모습이 너무나도 변해버린 엄마지만 여전히 자식을 생각하는 노래를 부르는 엄마. 이렇게 변한 모습의 엄마라도 좋은 꼬맹이. 엄마를 이렇게 만든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는 바보같은 꼬맹이. 이렇게라도 함께 있는 것이 행일까, 불행일까, 나로서는 판단하지 못하겠지만, 꼬맹이가 만족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려나.
네번째 에피소드 <니타 고개의 고양이 선인>은 주베와 니타의 첫만남 에피소드이다. 그러고 보니 둘이서 니타 고개에서 만났단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는 안나왔네. (笑)
언젯적 이야기인지는 몰라도 머무를 자리를 정하지 않고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던 주베가 한 여관에서 네코마타를 만나게 된다. 향년 35세. 이미 오래전에 네코마타가 되었지만 주인들의 사랑이 극진해 쉬이 그 곳을 떠나지 못했던 후쿠스케(↑)는 주베에게 도움을 요청, 시모시마로 향하게 된다. 그곳은 네코마타가 된 고양이들이 요괴 수행을 위해 가는 곳이었으니...(후쿠스케가 물고 있는 수건의 용도는.. 나중에 나옵니다)
주베와 처음 만난 니타는 지금의 이미지와는 좀 달라서 웃음이 빵!! 꽤나 장난꾸러기였구나, 니타는. 이도 인연인지라 주베와 동행하게 된 니타는 그후 고양이 나가야에까지 흘러 들어온 게로구나.
다섯번째 에피소드 <섣달 고양이>는 섣달에 대청소를 하는 일본의 풍습을 그린 것이다. 신년을 맞기 전에 집을 싹 청소하고 쿠지라지루를 먹는단다. 음, 각설이같은 세키조로도 등장. 어쨌거나 대청소란 것이 모름지기 집안을 싹 뒤엎는 것이라 다다미 역시 걷어내고 다시 깔게 되는데 그렇게 되니 고양이들 역시 집밖으로 모두 쫓겨나게 되는 것이다.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로서는 총체적 난국일 수 밖에.
섣달이면 얼마나 추울꼬. 추위를 피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번번이 묘한 꼴을 당하던 고양이들. 드디어 좋은 곳을 찾았구려. 니타의 능력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다다미를 벽으로 세워 방을 만들수도 없었겠지. 옹기종기 모여서 자는 고양이들이 참으로 정겹기만 하다. 하긴, 고양이들은 이렇게 오글오글 모여있는 게 귀엽지.
마지막 에피소드 <눈 고양이>에는 서예교실에 다니는 아이들과 집없는 고양이가 등장한다. 사이가 좋지 않은 아이 둘이 고양이 돌보기를 계기로 사이가 좋아진다는 내용인데, 덕분에 집없이 추운 겨울을 나야하는 고양이 역시 따뜻한 새보금자리를 얻게 되었단다.
『고양이 화가 주베의 기묘한 이야기』는 고양이와 함께 하는 훈훈한 일상이나 고양이 요괴같은 고양이와 관련된 기묘한 이야기도 있지만 에도 시대의 풍물이나 풍습을 함께 보여주는 에피소드도 많다. 그래서 빵터지는 장면에선 웃기도 하고 가슴 먹먹한 장면에 슬퍼하기도 하면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에도시대에 관한 여러가지 것들도 배우게 된달까. 뭐, 배워서 어디 써먹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시대물을 읽을 때, 그 시대에 관한 것을 알고 보면 더 좋으니까. 다음엔 또 어떤 풍습, 또 어떤 사연 있는 고양이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하고 있겠다야옹!
사진출처 : 책 본문 中 (20p, 94p, 114p, 174p)